종근당, 세포·유전자 신약 개발 뛰어든다

입력 2022-05-20 17:12
수정 2022-05-21 00:29
화학의약품 개발에 집중하던 전통 제약사 종근당이 첨단 재생의약품 개발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기업과 손을 잡으면서다. 세포·유전자 치료제는 1세대 화학의약품, 2세대 항체 치료제의 뒤를 잇는 차세대 신약 후보군으로 꼽힌다. 차세대 신약 개발 나선 종근당종근당은 세포·유전자 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이엔셀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 신약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고 20일 발표했다. 종근당이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체적인 투자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종근당이 암 치료에 효과적인 표적 단백질을 분석하면 이엔셀은 후보물질 발굴을 맡는다. 세포·유전자 치료제 생산 능력을 보유한 이엔셀에서 시제품을 만들면 종근당은 이를 활용해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종근당이 기술력 좋은 국내 바이오 기업의 신약 개발에 참여하고 해당 기업을 인큐베이팅해 가능성 있는 신약의 상용화를 앞당기겠다는 취지다.

미국 등에는 이런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형태의 신약 개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초기 바이오 기업이 후보물질을 찾아낸 뒤 자본력 있는 제약사가 비용이 많이 드는 글로벌 임상시험 등을 시행하는 공동 개발 방식이다. 바이오 기업에서 대형 제약사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효율적으로 돌아가면 국내에도 신약 개발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다.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 본격화종근당은 지난해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많은 20건의 임상시험을 승인받는 등 신약 개발에 집중해 왔다. 지난해 매출의 12.2%인 1634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2004년 국산 신약 항암제 ‘캄토벨’을 출시한 종근당은 그동안 줄곧 화학의약품 개발에 매진했다. 2013년 이중항체 기반 항암제 ‘CKD-702’ 개발에 나서면서 2세대 치료제로 불리는 항체 치료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세포·유전자 치료제 분야에선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종근당이 변화의 움직임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올해부터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은 이달 초 “첨단바이오의약품으로 신약 개발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3월 종근당 자회사인 종근당바이오는 인핸스드바이오와 손잡으면서 리보핵산(RNA) 기반 신약 플랫폼을 확보했다. 인핸스드바이오는 RNA 치료제를 몸속 세포까지 운반하는 지질나노입자(LNP)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기업이다.

종근당은 이엔셀과 키메릭항원수용체(CAR)-T세포 치료제,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 기반 유전자 치료제 등을 함께 개발할 계획이다. CAR-T세포 치료제는 면역계 소총부대로 불리는 T세포를 조작해 암세포만 유도탄처럼 공격하도록 한 치료제다. 정상 세포는 그대로 두고 암세포만 죽이기 때문에 일각에선 ‘기적의 항암제’로 부른다. AAV 기반 치료제는 바이러스 벡터(운반체)를 활용해 몸속에 유전물질을 넣어 치료하는 방식이다. 종근당은 앞으로도 가능성 있는 바이오 기업을 발굴해 유망 후보물질을 확보할 방침이다. 김영주 종근당 대표는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첨단바이오의약품 개발 속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