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文대통령 성과라는 '카타르 수주'의 이면

입력 2022-05-20 17:08
수정 2022-05-21 00:09
2020년 6월 1일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현 카타르에너지)은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와 100여 척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 약정서(DOA)를 맺었다고 발표했다. 근래 보기 힘들었던 24조원 규모 계약이었다. 사흘 후 청와대도 공식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는 “이번 수주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펼친 경제외교의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문 대통령의 정상외교 등을 통해 LNG 세일즈전을 펼쳤다”며 “이를 토대로 쌓인 양국 간 신뢰가 수주라는 열매를 맺는 토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2년이 흐른 지금 상황은 어떨까. 당초 계획대로라면 조선 3사는 이달 초부터 순차적으로 카타르 LNG 프로젝트 본계약을 체결해야만 했다. 그러나 협상이 차일피일 지연되면서 본계약 체결이 늦어지고 있다. 후판 등 원자재 가격 및 신조선가가 급등했지만 카타르 측에서 DOA 체결 당시 가격 기준으로 계약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타르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최악의 경우 척당 600억원가량의 손실을 보게 된다.

논란의 핵심은 DOA다. 카타르 측은 DOA 체결 때 당시 선가 기준으로 본계약을 맺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3사는 세부 내용은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조선업계에선 당시 업황 부진으로 ‘수주절벽’에 시달리던 일부 조선사가 더 많은 물량을 따내기 위해 저가 수주를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선 3사는 비상체제를 가동해 협상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협상 상대가 사실상 카타르 정부라는 점이다. 카타르에너지공사 사장도 에너지부 장관이 겸직한다. ‘오일머니’를 앞세운 카타르 정부를 조선 3사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2년 전 DOA 체결 당시 대통령 성과로 평가했던 정부가 지금은 거의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LNG 수주를 위한 당시 문 대통령과 정부의 노력을 폄하하는 건 아니다. 사실상 카타르 정부와의 협상이었던 만큼 정상외교를 비롯한 정부 간 협력이 수주의 밑거름이 됐다는 것도 일리 있는 얘기다. 하지만 외교성과를 내세우기 위해 조선사들의 저가 수주를 방치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물론 가장 큰 책임은 저가 수주를 한 조선사에 있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정부가 조선사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정부 정책의 연속성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모습으로 비치지 않는다. 외교라인을 총동원해 카타르 측을 설득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조선업 경쟁력 확보는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일 뿐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