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교육감이 누구지?

입력 2022-05-19 17:37
수정 2022-05-20 00:15
“교육감 선거 출마자들 얼굴요? 모릅니다. 관심 없어요. 지금 교육감조차 모르는데….” 이번 시·도 교육감 선거도 ‘깜깜이 선거’가 될 모양이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방송 3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수도권 응답자의 70%가 “지지하는 사람이 없다”거나 “아예 모른다”고 답했다. 다른 지역 상황도 비슷하다.

17개 시·도 교육감의 권한은 막강하다. 교육공무원 57만여 명의 인사권을 갖고 연간 94조원의 예산을 주무른다. 얼마나 힘이 센지 옛날 특정 지역에서 전권을 휘둘렀던 ‘원님’에 빗대 교육감을 ‘감님’이라고 부르곤 한다. ‘교육 소통령’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한다.

2007년 도입한 교육감 직선제의 원래 취지는 교육의 탈(脫)정치와 전문성 강화였다. 하지만 결과는 ‘제왕적 교육감’ 양산으로 변해버렸다. 당선자의 정치 성향에 따라 편향적인 교육이 이뤄지기도 한다. 서울에 250개의 ‘혁신학교’를 무더기로 설립하고, 자사고 폐지를 무리하게 밀어붙인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대표적인 예다.

권한이 센 만큼 선거비용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2018년 지방선거 때 교육감 후보의 1인당 평균 지출액은 11억1000만원이었다. 시·도지사(7억6200만원)보다 1.5배나 많았다. 거액의 선거비용을 개인이 책임지다 보니 ‘검은 유혹’을 피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은 후보 단일화 대가로 2억원을 건넨 혐의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청연 전 인천교육감은 선거 빚을 갚으려고 4억여원의 뇌물을 수수해 징역 6년형을 받았다. 직선제 도입 후 수사·재판을 받은 교육감만 20명에 이른다. 이번에 3연임을 노리는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공수처 수사 대상 1호로 재판 중이다.

당사자끼리만 뜨겁고 국민 관심은 싸늘한 교육감 선거 제도를 이대로 둬야 할까. 영국 독일 일본 등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교육위원회가 교육감을 임명한다. 미국은 14개 주만 선거로 뽑는데 각자의 정당을 표방한다. 우리도 대통령이나 지자체장·의회 임명제, 시·도지사 러닝메이트제로 바꾸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어떤 방식이든 지금보다는 나을 것 같다. 제도를 바꾸려면 지방교육자치법을 개정해야 하니 결국 국회가 나서야 한다. 국가 백년대계를 4년짜리 ‘감님’들에게 ‘깜깜이’로 맡기는 선거는 이번으로 끝내는 게 좋겠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