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국민의힘 의원 99명을 이끌고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것을 두고 “민주당의 ‘정치적 장기불황’을 예고하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최병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부소장은 19일 자신의 SNS에 올린 <냉전세력은 ‘탈냉전’이 되면 망하고, 민주화 세력은 ‘민주화’가 되면 망한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민주당은 이제 ‘민주화’ 브랜드로는 윤석열 정부 및 국민의힘과 차별화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했다.
최 부소장은 지난해까지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서울시 정책보좌관 등을 지내며 민주당의 각종 정책·전략 수립 등에 관여한 인물이다. 지난 3월엔 민주당 주최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종합부동산세를 두고 ‘정권교체 촉진세’라고 지적해 이목을 끌었다.
윤 대통령이 광주에서 보수정부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 것에 대해 최 부소장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가 민주화에 대한 ‘상징들’을 적극 수용할 경우, 민주당은 매우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1980년대 이후 민주주의 상징으로 ①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적극적인 인정 ②1987년 6월 항쟁에 대한 적극적인 인정 ③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역사적 역할에 대한 적극적인 인정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30대 당대표 이준석의 탄생이 한국 정치사에서 중요했던 이유는 단지 ‘젠더 갈라치기’를 해서가 아니었다”며 “당대표 경선 기간 내내,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이준석이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의 역사적 역할에 대해 매우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민주화 세력의 위기에 대해서는 냉전 세력의 몰락을 빗대 설명을 이어갔다. 최 부소장은 “냉전 세력에게 최대 위기는 ‘탈냉전’”이라며 “같은 원리로 민주화 세력에 최대 위기는 ‘민주화’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민주화라는 미션이 없어지면 ‘존재의 명분’도 없어진다는 것이 최 부소장 견해다.
그는 “민주화가 될수록, 민주화 세력은 <존재의 고독>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며 “민주화가 된 이후, 민주화 세력이 살아남는 방법은 <민주 대 반민주 세계관>을 버리는 것”이라고도 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윤석열 정부가 민주 정부>임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을 제시했다. 최 부소장은 “윤석열 정부는 민주 정부이고, 1980년 광주민주화 운동을 적극 인정하는 민주 정부, 1987년 6월 항쟁의 역사성을 적극 인정하는 민주 정부”라며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역사적 업적을 적극 인정하는 민주 정부”라고 덧붙였다.
현재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를 향해 ‘반민주 프레임’으로 접근하는 것에 대해선 “<민주 VS. 반민주 구도>에 집착할수록, 가상의 적, 허공에 주먹질하기, 허수아비 때리기, 정신승리에 만족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일침을 날렸다.
최 부소장은 “민주당은 <역사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2022년을 살고 있는 국민들이 보기에, 지금도 여전히 1980년대 가두 투쟁 현장 어딘가를 헤매고 있는 ‘괴이한’ 집단으로 비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