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색으로 눈을 사로잡는 웅장한 아치형 입구를 지난다. 표 한 장을 손에 쥐는 순간, 저 문밖과는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눈앞엔 커다란 성, 도시에서 볼 수 없던 초대형 나무가 그 자태를 뽐내며 시선을 빼앗는다. 한 걸음 한 걸음 디딜 때마다 양옆으론 이국적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다. 개선장군의 개선문 통과를 떠올리게 하는 트럼펫 소리가 울려 퍼지면, 두 다리에도 힘이 솟는다. 꿈과 환상의 세계로 우리를 이끄는 무언의 인도자들이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새로운 공간이 나타난다. 작은 다리, 공간 하나하나가 모두 새로운 세계의 경계선이다. 거대한 우주선이 나오기도 하고, 정글이 펼쳐지기도 한다. 해적이 등장할 때도 있다. 어디서 흘러나오는지 알 수 없는 음악은 공간의 빈 곳을 채운다. 영화 아바타에서 봤던 하늘에 떠 있는 섬까지 눈앞에 펼쳐질 때쯤이면 마지막 저항군들도 항복 선언을 하게 된다. ‘그래, 바깥세상은 이미 까맣게 잊었다’고. 여기는 환상과 꿈의 나라, 테마파크다.
테마파크의 꽃, 퍼레이드가 만개한다. 서로 다른 테마 구역을 가로지르거나 공원을 한 바퀴 빙글 돌며 공간을 끈처럼 잇는다. 연기자들의 화려한 군무, 퍼레이드카 위에서 펼치는 캐릭터들의 신나는 몸짓은 테마파크가 보내는 송가다. 아이를 목마에 태운 아빠, 흥을 주체하지 못해 몸을 흔들고 있는 네 살 어린아이, 그 모습을 바라보며 연신 함박웃음을 짓는 할머니까지. 관람객들은 행복의 답가를 보낸다.
어두운 밤 공간을 채우는 스피커 소리는 낮보다 더 커진 듯, 마지막까지 관람객들의 집중을 주문한다. 꿈 사랑 그리고 가족애…. 단골로 나오는 주제들이 영상과 빛 그리고 소리로 관람객의 마음속을 파고든다. 밤하늘을 불꽃이 수놓을 때쯤이면 가슴 한쪽이 웅장해진다. 아이들의 반짝거리는 눈, 불꽃보다 더 뜨겁게 손을 잡고 있는 연인, 몸은 지쳐도 얼굴은 여전히 웃고 있는 부모들. 모두가 테마파크를 매일 만드는 주인공들이다.
67년 전 디즈니랜드가 문을 연 이후 테마파크는 이제 인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미학적 공간이자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1955년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디즈니랜드가 개장할 때 월트 디즈니는 이렇게 말했다.
“어른들은 이곳에서 과거의 즐거웠던 추억이 되살아날 것이며, 어린이들은 이곳에서 도전과 미래에 대한 약속을 향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디즈니랜드를 찾았던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됐다. 그들은 오늘도 손자 손녀의 손을 잡고 설레는 발걸음을 한다. 인류의 꿈과 도전을 모아놓은 새로운 세계를 향하여.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