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보험사 신용도 … 한화생명보험 일제히 신용등급 하락

입력 2022-05-20 16:00
수정 2022-05-23 09:47
이 기사는 05월 20일 16:0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보험사들의 신용도가 흔들리고 있다. JC파트너스와의 인수·합병(M&A) 무산으로 KDB생명보험의 신용도에 빨간불이 들어온 데 이어 다음달 후순위채 발행을 앞둔 한화생명보험의 신용도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8일 한화생명보험의 신용등급을 ‘A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후순위채와 영구채 등 신종자본증권의 신용등급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떨어졌다. 대표적인 경쟁자로 꼽히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AAA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가용자본 중 자본성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경쟁사 대비 높은 게 신용등급 하락의 주요 배경이다. 유상증자 등에 비해 지급여력의 질적인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신평사들의 설명이다. 한화생명보험은 지난 2월 7억5000만달러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데 이어 상반기 중 최대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다시 내놓을 예정이다.

지급여력(RBC) 비율이 낮아지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RBC 비율은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 대비 보험사가 쌓아둔 돈을 뜻한다. 낮을수록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이 악화됐다는 의미다. 한화생명의 RBC 비율은 161%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RBC 비율을 150%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업계 상위권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보험영업 부문의 현금흐름 개선이 지연되는 가운데 투자영업이익 변동성이 증대됐다”며 “외부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능력도 과거보다 저하됐다”고 평가했다.

M&A가 무산된 KDB생명의 신용등급도 하락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KDB생명을 신용등급 하향검토 감시대상에서 해제하고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부여했다. 현재 신용등급인 ‘A+’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나이스신용평가 측은 “매각 절차 장기화로 회사의 영업기반이 위축됐다”며 “자본적정성 유지 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보험사들의 신용등급 하향 릴레이가 속출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금리가 빠르게 인상되면서 자본건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RBC 비율이 위험수위까지 도달했기 때문이다. 올 1분기 기준 NH농협생명의 RBC 비율은 131.5%로 금융당국 권고치를 밑돌았다. 흥국화재(146.7%), DB생명(139.1%), 한화손해보험(122.8%)도 마찬가지다.

한 신용평가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RBC 비율을 방어하기 위해 후순위채와 영구채 등 자본성증권 발행을 쏟아내고 있지만 향후 높은 조달금리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신평사 입장에서도 자본성증권 비중이 높아지는 건 부정적인 평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