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그 페타 전략가 "인플레이션 정점 찍었다, 기술주 비중 줄이지 마라" [강영연의 뉴욕나우]

입력 2022-05-19 12:00
수정 2022-05-19 13:16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투자법을 알려드리는 뉴욕 나우.

오늘은 더그 페타 BCA리서치의 수석 미국 투자 전략가와 미국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지난 번 인터뷰에서 증시 불안정성이 계속될 것이라면서 투자 기간을 짧게 잡으라고 조언했었는데요. 지금은 시장을 어떻게 보는지. 특히 하우스뷰와 다르게 기술주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의견을 고수하고 있는지. 또 최근 커지고 있는 경기침체, 스테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인터뷰에서 새로운 이슈가 없는 한 시장 조정 및 변동성은 줄어들 것이라 하셨는데요. 인플레이션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대응으로 큰 조정을 겪었고, 이는 예전부터 존재했던 이슈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증시는 바닥을 모르고 끊임없이 하락 중입니다. 이러한 시장 변동성의 원인은 무엇이며 얼마나 계속되리라 보시는지요?

"말씀하신 대로 새로 등장한 이슈는 아닙니다. 미국과 세계 인플레이션 및 Fed의 대응에 있어
이미 수많은 우려가 존재했었죠. 인플레이션 상승의 요인으로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상품 시장에 혼란이 발생했죠. 또한 중국에는 코로나가 재유행하기 시작했고요.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코로나 제로 정책을 고수하는 중입니다. 이는 상품의 공급뿐만 아니라 운송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죠. 결국 인플레이션 압력의 심화로 이어졌습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서방의 대응도 더욱 적극적으로 변했죠. 급기야는 유로존 내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를 논의하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상황이 심화하자 에너지 시장에 압력이 가해졌고, 무엇보다 식료품 가격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최근 발표된 미국과 유럽의 CPI를 보면 알 수 있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 세계 밀과 옥수수의 10%를 생산합니다. 올해 수확량이 전보다 감소하리라는 것은 자명합니다. 우크라이나에는 충분한 파종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추수 시기가 와도 일손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시다시피 Fed는 인플레이션 문제에 더욱 확고히 대응할 계획임을 시사했습니다. 이는 올해 1, 2월경 투자자들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단호한 태도였죠. 이로 인해 주식 시장에는 강력한 매도세가 생겨났습니다. 국채 수익률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채권 시장에도 매도세가 일어났고요. 인플레이션이 아직 정점에 달한 게 아니라면 적어도 그 과정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과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이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의 정점 도달 여부뿐만 아니라 정점에서의 물가 하락 속도도 결정되겠죠."

▶지난 인터뷰에서 기술주에 같은 비중을 싣겠다는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하셨는데요, 아직도 같은 생각입니까? 소위 '캐시 우드 종목'이라 불리는 기술주뿐만 아니라 아마존, 메타, 애플처럼 수익성 좋은 빅테크마저 최근 급격한 하락을 경험했습니다. 현 상황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확실히 멀티플 프리미엄을 가진 주식, 즉 시장 평균보다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주식들은 시장 전반의 주가수익비율이 하락할 때 추가적인 압력을 겪게 됩니다. 주가 전반이 평가 절하되고 있으니까요. 시장 투자자들이 기업의 미래 수익에 내는 비용은 작년 말, 올해 초와 비교해 더 낮아졌습니다. 또한 기술 기업이라고 해서 경제 전반의 영향을 피해갈 수는 없죠. 언급하신 메타의 경우 매출과 수익 상당 부분이 광고에서 나옵니다. 광고는 경기에 매우 민감한 분야며 미국 경제가 둔화 중인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급격했던 성장률이 완만해지는 것일 뿐 여전히 성장 중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기술주나 미국 주식 시장의 하락이 앞으로도 계속되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지난주처럼 그런 생각이 드는 날도 종종 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주가수익비율이 높은 기업들은 분명 더 큰 압력을 받게 될 것입니다. 코로나 봉쇄령 시기에 수혜를 입고 번창했던 기술 기반 기업들이 많이 있습니다. 미국에 봉쇄령이 사라지고, 사람들이 다시 운동하러 갈 수 있게 되자 펠로톤 같은 회사는 주가가 급락했고 실적에도 막대한 타격을 입는 중입니다. 따라서 코로나로 인해 크게 급등했던 기술 기업의 경우 2020년 하반기와 2021년 상반기 실적이 과거보다 훨씬 가파르게 성장한 바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이렇게 급격한 이익성장률이 미래에도 계속되리라 믿고 가격을 지불했죠. 이런 기업들의 성장 가속화가 멈추고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거나 심지어 이전보다 침체할 경우 기업들은 취약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는 서비스와 상품에 대한 수요가 단기간에 몰렸기 때문이라 볼 수 있습니다. 운동하러 갈 수 없던 시기에는 펠로톤 자전거 같은 가정용 운동기구가 많이 팔렸습니다. 2022~2024년에 걸쳐 발생했을 수요가 2020~2021년으로 전부 앞당겨진 것이죠. 이제 예전 같은 수요는 사라졌을 뿐 아니라 가정용 운동기구 시장에 대체품도 등장했습니다. 팬데믹 동안 이동성 제약으로 인해 큰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기업들과 상호 작용이 제한된 상황에서 수혜를 입은 기업들은 앞으로도 계속 압박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주가 하락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주가가 미래 수익에 적합한 수준으로 재조정될 때까지는 말입니다.

애플, 알파벳, 아마존은 범주가 좀 다릅니다. 물론 아마존도 팬데믹의 혜택을 보기는 했으나, 이 기업들의 성장 동력은 다른 곳에서 기인하며 앞으로도 계속 번창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따라서 기술주에 같은 비중을 두는 것은 합리적이며 최근까지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기는 했지만 동등 비중을 실었더라도 상대적 손실은 없었을 겁니다. 물론 적게 담았다면 당장 상황은 더 나았겠지만 올해 저조한 실적이 계속되리라 생각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기술주에 같은 비중을 두는 것은 여전히 합리적이라 생각합니다."

▶Fed 금리 인상에 관해 얘기해 봐야 할 것 같은데요, Fed는 지난 FOMC 회의에서 금리를 50bp 인상했습니다. 동시에 파월 의장은 75bp 인상의 가능성을 부정했는데요. 앞으로 Fed가 어떻게 대응하리라 보십니까? 향후 Fed의 방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이며 이러한 Fed의 행동이 주식 시장, 특히 기술주 부문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요?

"현재로서는 인플레이션이 Fed의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봅니다. 매월 발표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CPI) 및 미국 개인소비지출(PCE)과 같은 인플레이션 수치 말입니다. 보고된 수치와 경제 진행 상황으로 향후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변화할지 전망합니다. 인플레이션 기대치도 Fed의 중대한 관심사입니다. 기업과 개인이 앞으로의 물가를 어떻게 예상하는지 수치로 환산한 것이죠. 이 수치가 인플레이션과 그 전망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입니다. Fed와 경제학자들 대부분이 두려워하는 것이 있습니다. 기업과 소비자가 인플레이션 상승이 오랫동안 계속되리라 생각하게 되면 소비 행동이 바뀌어 당장 소비를 촉진하고 인플레이션 문제를 악화시킵니다. 즉, 높은 물가가 더 높은 물가로 이어지는 경제 연쇄 작용을 일으키게 됩니다.

현재까지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양호합니다. 하지만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8%에 머무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가계와 기업의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올라갈 가능성도 커집니다. 따라서 Fed는 인플레이션을 극도로 우려하고 있으며 저를 비롯한 BCA에서는 물가 안정이 Fed의 최우선 과제라 보고 있습니다. Fed는 의회로부터 부여받은 책무는 두 가지입니다. 완전 고용 유지와 물가 안정이죠. 실업률이 5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고 매우 견고한 노동 시장을 고려할 때 Fed의 목표는 단 하나라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완전 고용에 신경 쓰기보다는 경제의 물가 안정화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죠. 점진적이고 안정된 소비자물가 상승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기자 회견에서 파월 의장이 언급한 내용은 향후 Fed의 행보를 명백히 시사한다고 생각합니다. 전혀 예상 밖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금리 인상 외 다른 조치는 없으리라는 것이죠. 6월과 7월 회의에서 각 50bp씩 두 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회의는 6주마다 열리므로 향후 12주에 걸쳐 100bp가 인상될 것입니다. 따라서 금리는 현재 0.75~1%에서 최대 1.75~ 2% 수준으로 상승하게 되겠죠. 물론 상황에 따라 바뀔 수는 있지만 올해 3번의 추가 회의가 남아있으며 회의마다 25bp씩 인상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결국 연말 즈음 금리는 2.5~2.75%에 안착하게 될 것입니다.

파월 의장은 비교적 단호하게 생각을 밝혔습니다. 향후 두 번의 회의에서 50bp씩 인상할 것이며 75bp 인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발언했죠. 다시 말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오지 않는 한 두 번의 회의에서 50bp 이상 인상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50bp 미만으로 인상할 가능성도 희박하고요. 그런 맥락에서 최근 발표된 물가지수가 올해 Fed의 행보에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전개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시장에서는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고 나스닥이 심각한 타격을 받았죠. 인플레이션 역시 계속 상승하는 상황이고요. Fed의 금리 인상은 경제 수요를 감소시키므로 시장에게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소비자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기업 투자와 자본 지출 수요도 감소하게 되고 노동 투입 수요 감소는 기업 고용률을 떨어뜨립니다. 이 모든 것들이 모여 경제를 둔화시키고 경제가 둔화하면 기업 실적도 떨어집니다.

기업 수익률이 낮아지고 경기 침체가 오면 기업의 수익도 줄어들게 됩니다. 궁극적으로 주식에 투자한다는 것은 회사의 미래 수익에 대한 청구권을 사는 것입니다. 실적이 떨어지면 근본적으로 주가도 압박을 받게 됩니다. 투자자들이 지불하려는 멀티플이 상승하지 않는 한 기업 실적이 하락하면 주가도 하락하기 마련입니다. 아직 실적 하락을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작년 말, 올해 초와 비교했을 때 미래 수익에 지불하려는 투자 비용이 감소했습니다.

S&P500 기업을 대상으로 한 향후 4분기 동안 주가수익예상지표를 살펴보면 1월 첫째 주 21.7%에서 지난 금요일 17.7%로 하락했습니다. 이를 반올림해 22%에서 18%로 하락했다고 보면 사람들이 주식에 지불하려는 금액이 18.2%나 감소했다는 뜻이 됩니다. S&P500은 전년 대비 15% 하락했으니 실적이 소폭 상승했음을 알 수 있죠. 주가수익비율은 18% 하락했으나 주가는 15% 하락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주가수익비율의 하락이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Fed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 인상과 같은 강경한 대응을 하면 긴축을 펼치기 전 시장이 예상했던 속도만큼 실적 성장을 이루기 힘들 거라 기대하는 것이죠. 높은 인플레이션은 긴축 통화 정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기업 실적과 고용 감소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걸쳐 소비 감소를 불러옵니다. 궁극적으로 주가에도 압력을 가하게 되죠."

▶최근 들어 경기 침체나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월가에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심각하게 우려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위험은 커졌지만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시선도 있는데요. 경기 침체나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 보십니까?

"우리는 경기 침체 위험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걱정하기는 이르다고 보는 진영에 속해 있습니다. 경기 침체는 아직 먼 이야기죠. 물론 상승 후에는 하강이 있기 마련이며 경기 순환으로 침체도 오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2022년에 불황이 올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고 생각합니다. BCA 미국 투자전략팀이 예상하는 경기 침체 시작 시기는 빨라도 2023년 하반기 혹은 2024년이라 보고 있습니다.

경제 둔화로 인한 성장률 저하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여전히 성장하는 중입니다. 성장률 저하라 해도 그 속도가 느려진 것뿐입니다. 우리는 2021년의 성장이 어떤 수준이었는지 다시금 상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수준의 강력한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미국의 성장률은 2021년 당시 5%가 넘었습니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미국 최대 성장률이 1.5~1.75% 또는 1.75~2%에 불과하다고 믿습니다. 이를 연간 1.5~2%라고 보아도 실제 성장률은 5%를 웃돌았습니다. 2022년에 들어서 3%대로 떨어지더라도 여전히 강력한 성장임은 틀림없습니다. 다시 보기 힘들 수치죠.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4%대의 성장을 유지했었고, 2021년에 5%, 2022년에 3%대로 성장한다면 이를 경기 침체라 보기는 힘듭니다. 경기 침체가 닥칠 확률은 매우 낮다고 보며 올해는 추세 성장률을 훨씬 상회할 것이라 믿습니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데 현재 가계가 엄청난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가계의 총 초과 저축액이 2조 달러를 넘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더 많은 금액을 저축할 수 있었죠. 게다가 가계 자산을 구성하는 것은 저축뿐만이 아닙니다. 주택 가격의 상승, 주식 및 채권과 같은 금융 자산의 상승도 이에 포함되죠. 가계 순 자산 기록은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2020년 1분기는 사상 최악의 분기였습니다. 이후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가계 순 자산이 8분기 연속으로 증가했습니다. 2020년부터 2021년 내내 증가했으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죠.

물론 가계 소비 여력도 훨씬 커졌습니다. 또한 초과 저축액이 쌓이면서 상당량의 가계 부채가 상환됐습니다. 예전보다 부채 비율이 줄어들면서 가계 대차 대조표도 훨씬 나아졌습니다. 가계 부채 상환의 부담이 4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죠. 저축액이 증가하면서 소비 자원이 풍부해졌을 뿐만 아니라 주택 가격과 주가 상승으로 인해 가계 자산 역시 증가한 상황입니다. 자산 증식을 위해 자금을 빌릴 능력도 충분해졌고요. 따라서 인플레이션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올해 미국 소비 지출이 감소할 일은 없을 겁니다. 2조 달러 상당의 초과 저축액이 저소득 가구에 완충 효과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휘발유와 식료품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상황에서도 말입니다.

궁극적으로는 Fed의 긴축이 경기 침체를 초래하리라 보지만, 2023년 말, 2024년 초 이전에 발생하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스태그플레이션과 관련해서는 임금과 물가 연쇄작용을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여러 투자자와 금융 매체들이 이를 우려하고 있는데요. 임금 인상률은 인플레이션보다 훨씬 뒤처져 있습니다. 미국에 봉쇄령이 있었던 2020년 봄, 여름부터 둘의 격차가 벌어지게 됐죠. 식료품점과 대중교통을 위해 일하는 이들을 최전방 노동자라 부르는데, 이 중 많은 이들이 위험수당 같은 특별 보너스를 받았습니다. 감염 위험을 감수하고 사회 필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보상하기 위한 추가 급여였죠.

그 이후 임금은 물가상승률에 크게 뒤처져 왔습니다. 미국의 조직화 된 노동력은 반등에 실패했습니다. 고용난에도 불구하고 물가와 연쇄작용을 일으킬 만큼 임금 상승률을 끌어올리기는 힘든 상황으로 보입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높은 물가가 다른 비용의 상승을 불러오기는 합니다만, 노동 임금이 큰 폭으로 급등하지 않는 한 물가와 임금의 연쇄작용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BCA의 미국 투자전략팀은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봅니다. 임금과 물가가 연쇄작용을 일으킬 만큼 임금 상승률이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달러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최근 들어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달러 강세가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십니까?

"간단히 말해 세계적 혼란이 증가할수록 달러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도 커집니다.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중대 이슈 두 가지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코로나 상황이었죠. 세계적인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유발하는 두 가지 주요 요인입니다. 글로벌 성장에 있어 잠재적 장애물이기도 하죠.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상하이 감염률은 이미 정점을 찍고 하락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만일 중국의 다른 주요 도시에서 추가 발병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제로 코로나 정책이 상품 공급이나 운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이겠죠. 세계 경제 불확실성을 초래하는 큰 원인 중 하나가 사라지는 셈입니다. 그렇게 되면 달러 가치도 떨어질 겁니다. 달러는 일본 엔화나 스위스 프랑처럼 안전통화로 분류되는데 올해 들어 일본 엔화는 엄청난 급락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성장률이 기대보다 좋으면 달러가 약세를 보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장률이 기대보다 낮으면 달러는 강세를 보일 거고요. 따라서 중국의 코로나 상황은 달러 가치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상황도 마찬가지죠. 우크라이나 국경 너머로 군사 충돌이 확대될 가능성은 다소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월 말, 3월 초의 양상과는 다르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로 물러난 상황입니다. 우크라이나 서부에 있는 나토 국경에서 점점 멀어지는 중입니다. 유럽에서 3차 세계 대전이 발발할 가능성이 사라진다면. 세계 안정화에 더 가까워지는 것이며 글로벌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도 줄어듭니다. 중국 내 코로나 상황이 진정됨과 동시에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긴장이 완화돼 교착 상태로 이어진다고 가정해 보죠. 우크라이나 동부의 독립공화국에 러시아가 효과적인 통제권을 갖게 되고, 국가 전체의 지도력을 무너뜨리거나 수도 키이우를 장악하려는 야욕을 버린다면 그리고 러시아 군사가 계속 동부로 이동해 나토 영토에 미사일이 떨어질 가능성이 사라진다면, 글로벌 성장과 안정화에 가까워질 것이며, 반대로 달러 가치는 약해지게 됩니다.

올해 상승했던 달러는 사실 세계 불안정한 정세의 수혜자였습니다. 글로벌 성장과 세계 질서를 향한 각종 위협이 넘쳐났고 3차 세계 대전의 가능성마저 우려하던 이들도 있었으니까요. 달러는 이런 환경에서 강세를 보입니다. 앞서 언급한 긴장들이 완화된다면 달러는 금세 정점에 도달할 겁니다.

게다가 금리의 상대적 차이 역시 달러 가치에 영향을 미칩니다. 모든 외환 거래 환율에 적용되죠. 유럽중앙은행이 사람들의 예상보다 더 빨리 금리 인상을 단행하게 되면 예상 기준 금리와 다른 주요 경제국 금리 격차가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이 격차가 점점 축소될수록 달러에 유리했던 환경도 사라지게 되죠. 따라서 실망스러운 코로나 소식이 들려오거나 러시아 우크라이나 갈등이 악화하지 않는 한 달러는 서서히 약세로 돌아설 것이며 그 정점도 멀지 않았다고 예상합니다."

▶지정학적 문제와 다른 중앙은행들의 조치가 달러의 향후 방향성을 결정하겠군요. 오늘 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됐습니다. 시장 예상치인 8.1%와 달리 8.3%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핵심 물가지수의 경우 전월 대비 0.6%가 상승했는데요, 이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요? 과연 Fed의 결정에 영향이 있을까요?

"Fed의 결정에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Fed가 6, 7월 회의에서 금리를 50bp 인상할 가능성이 매우 크며 극적인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인상 폭은 50bp보다 높지도 낮지도 않을 것입니다. 오늘 발표된 결과는 극적인 상황이라 보기 힘듭니다. 말씀하셨듯이 전년 대비 상승률은 8.3%이며 예상 컨센서스는 8.1%였습니다.전년 대비 수치가 예상을 웃돈 것도 사실입니다. 8%대 상승률은 상당히 높은 수치로 Fed의 목표인 2%와는 매우 동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BCA는 전월 대비 추이를 더욱 면밀히 관찰하고 있습니다. 4월의 경우 예상치는 0.2%였고 실제로는 0.3%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0.3%라는 수치는 지난 8월 이래 가장 낮은 상승률입니다. 지난 8월에도 0.3%를 기록했으며 앞서 2021년 1월에는 0.2%였습니다. 불과 한 달 전인 3월만 해도 전월 대비 상승률은 1.2%나 됐습니다. 2월에는 0.8%였고 1월과 12월에는 0.6%였습니다. 11월에는 0.7%, 10월에는 0.9%를 기록했죠. 따라서 0.3%라는 수치는 인플레이션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매달 측정되는 전월 대비 수치를 참작하면 현재 인플레이션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중입니다.

보고서는 몇 가지 예외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예외적인 항목들이 수치를 왜곡하고 실제 인플레이션보다 더 높아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항공료의 경우 전월 대비 18.6%나 상승했습니다. 전년 대비가 아니라 3월과 비교해 4월의 항공료가 18.6%나 비쌌다는 겁니다. 이런 상승은 계속될 수 없으며 수요가 급증하면 항공사는 증편을 계획할 것입니다. 2019년과 비교해 항공편이 훨씬 줄어든 상황이니까요. 항공편의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항공료가 한 달 만에 20% 인상된다면 항공사는 항공편을 늘릴 것이고 가격 상승 압력도 완화될 것입니다.

신차 가격은 전월 대비 1.1% 상승했으며 12배를 곱하면 전년 대비 13% 인상입니다. 잘 알다시피 공급망 혼란으로 초래된 상황이죠.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춰 자동차를 생산하기에는 컴퓨터 칩 부품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압력이 완화됨에 따라 인플레이션 수치도 안정되리라 생각합니다.

BCA는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도달했다고 보고 있으며 올해 내내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시장과 Fed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물가가 하락하는가입니다. 올해 12월까지 Fed의 기대치인 4%에 얼마나 근접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에 금융 시장은 엄청난 변동성을 겪을 것입니다. Fed의 목표 달성 가능성을 시사하는 다양한 수치가 발표될 테니까요. 이는 일 년 내내 변동성을 가져올 것이며 극심한 변동이 계속될 것입니다. 미국 내수 경제를 다루는 Fed의 대응에는 커다란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말씀하신 대로 지정학적 혼란도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여러 미지수와 갈등이 해결되기 전까지 그리고 불확실성의 주요 원인과 전개를 투자자들이 파악할 수 있다고 느낄 때까지 변동성은 계속될 것입니다. BCA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고 보며 올해 내내 서서히 안정화되리라 생각합니다."

▶한 가지 언급할 부분이 있습니다. 지난달 핵심 물가지수가 0.6% 상승했습니다. 헤드라인 수치는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0.3% 떨어졌지만 최근 에너지 가격도 다시 상승하고 있고요.

"헤드라인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3%였고 핵심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6%였습니다. 핵심 물가지수에는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은 제외됩니다. 지적하신 대로 에너지 가격은 전월 대비 급락해 마이너스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식료품 가격은 전월 대비 0.9% 상승했고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만 에너지 가격이 -3%대로 하락했음을 고려할 때 이는 식료품 가격의 0.9% 상승을 상쇄해 헤드라인 지수를 핵심 지수보다 낮출 수 있었습니다.

앞서 신차 가격과 항공료를 언급했는데 이 항목들은 핵심 물가지수에 포함됩니다. 그렇다면 핵심 물가지수에 포함된 항목 수를 줄인다고 가정해 봅시다. 항공료는 전체 인플레이션 수치보다 핵심 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큽니다. 신차 가격도 마찬가지고요. 헤드라인 수치를 왜곡한 이런 특별 항목들은 핵심 물가지수에는 더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매달 항공료가 20%씩 인상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신차 가격이 지금 같은 인상률을 지속할 리도 없고요.

BCA가 핵심 물가지수에서 관심을 가지는 항목은 따로 있습니다. 임대료가 전월 대비 0.5% 증가했으며 이는 연간 6%에 달합니다. 임대료는 소비자물가지수 서비스 영역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항목입니다. 현재로서는 하락할 기미가 보이지 않죠. 우리는 임대료와 고용 임금의 변화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현재 임금 인상의 추세가 강력해 보이므로 임대료 상승 역시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정점은 아닌 듯합니다.

그러나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인플레이션을 크게 낮출 요인이 존재합니다. 지금까지의 인플레이션은 상품 가격에 기인한 것이었습니다. 서비스 가격에는 큰 변동이 없었죠. 공급망 혼란이 상품 가격의 급등을 초래했으니까요. 자동차 공급이 수요를 따라갈 수 없을 때는 판매 가능한 자동차의 가격이 인상되기 마련입니다. 가구나 재택 사무실을 꾸미기 위한 사무 장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단계는 거의 끝난 것으로 보이며 향후 수요가 상품에서 서비스로 이동하리라 예상합니다. 수요가 이동하는 동안 서비스 물가는 확실히 상승하겠지만, 상품 가격은 크게 하락해 심지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전년 대비 상품 가격의 하락은 터무니없는 환상이 아닙니다. 내구재 상품 가격은 2000년 이후 매년 감소해 오고 있었으니까요. 상품의 수요가 서비스로 이동하는 동안 서비스 가격은 2~3% 혹은 5~6%로 인상될 것이며 상품 가격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하락에서 마이너스 수준까지 가는 상황이 올 것입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의 전년 대비 수치는 이러한 양상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이며, 결국 Fed가 바라는 4%를 향해 갈 것입니다. Fed가 선호하는 지수인 개인소비지출 지수 4%를 목표로 하겠죠.

말씀하신 대로 핵심 물가지수 결과는 실망스럽게도 높게 나왔지만 일부 항목들의 지속 불가능한 상승으로 인해 수치가 왜곡됐다고 생각하며 상품 수요가 서비스로 계속 이동하는 동안 전반적인 인플레이션도 빠르게 하락하리라 전망합니다."

▶마지막 질문은 투자자들이 현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관한 것입니다. 지난 인터뷰에서는 투자 기간을 짧게 잡으라고 조언하셨는데요,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지금은 변동성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며 현 주가는 장기 투자자에게 매력적이라 보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또 고당안 기술주의 대안으로 꼽히던 금융주와 에너지주가 최근 큰 조정을 받았습니다. 현재 시장에서 안전한 피난처는 어디라고 보십니까?

"채권 수익률이 크게 상승하는 환경에서는 안전한 피난처를 찾기 매우 어렵습니다. 전통적으로 주식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정부 채권으로 눈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미국 국채에 투자하면서 주식 하락장을 버텨냈죠. 실제로 지난 20년 동안 두 자산은 음의 상관관계를 보여왔습니다. 주식 60 채권 40 전략이 인기를 얻은 이후 꽤 오랜 세월에 걸쳐 주가와 채권 가격은 상반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여왔습니다. 주식 시장에 혼란과 하락장이 찾아오면 자금을 채권으로 옮겨 폭풍을 피할 수 있습니다. 하락장이 끝나고 나면 채권에서 주식으로 다시 이동했죠. 하지만 올해의 경우 이런 대응이 불가능했습니다. 채권은 주식 시장의 변동성으로부터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하지 못했습니다. 국채 수익률은 이제 정점에 매우 근접했다고 생각합니다. 곧 국채 수익률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요. 주식 시장의 변동성으로부터 피난처를 제공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국채 수익률이 떨어지면 나스닥도 회복했고 수익률이 오르면 나스닥도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채권 가격과 주가 사이의 상관관계가 음에서 양으로 바뀌었습니다. 피할 만한 곳이 사라진 것이죠. 다행히 좋은 소식은 주식 투자의 적기가 왔다는 것입니다. 미국 4분기 동안의 주가수익 예상지표가 18% 하락했고, 주가도 많이 내려간 상황입니다. 지난 금요일 기준 21.7%에서 17.7%로 떨어졌고 월요일 하락을 고려하면 17.5%에 육박할 것입니다. 물론 역사적인 저점은 아닙니다. 그러나 미국을 제외한 MSCI 선진국 지수는 4분기 주가 수익의 12.6배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꽤 매력적인 수준이죠. 미국을 포함한 MSCI 선진국 지수는 15.6배로 합리적이라 생각됩니다. 최근 금리 인상이 있긴 했지만 역사적으로는 여전히 저금리라 볼 수 있으니까요. 단기적이고 전술적인 관점으로 보아 주식 투자에 집중할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 이외의 주식을 고려하는 것도 좋다고 봅니다.

이전 인터뷰에서 언급했듯이 투자 기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의 극심한 변동성을 고려할 때 투자 보유 기간을 줄이는 것이 합리적이죠. 배를 탔는데 파도가 거세진다면 해안 가까이 배를 대는 게 당연한 법이니까요. 마찬가지로 주식 투자자들도 보유 지분과 기간을 단축해야 할 것입니다. 전술적이고 단기적인 접근의 일환으로 손절 기준을 타이트하게 잡는 것을 추천합니다. 100달러짜리 주식이 2.5% 하락해 97.5달러가 되면 바로 매도하는 겁니다. 혹은 5% 하락해 95달러가 된다면 말이죠. 주식이 손실을 보면 바로 매도하고 한발 물러서서 상황을 관망합니다. 투자 기간을 불문하고 모든 투자자에게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물론 연기금, 기부 기금, 헤지 펀드 같은 기관 투자자들의 경우 상황이 크게 다릅니다. 그러나 변동성이 다소 완화될 때까지는 보유 및 투자 기간을 축소하는 게 합리적입니다.

동시에 투자자들은 변동성이 큰 장에 기회가 더 자주 온다는 걸 기억했으면 합니다. 일시적으로 펀더멘털 가치에서 벗어난 가격에 자산을 매매할 기회가 생기니까요. 특히 자주 거래할 수 있는 투자자에게 더욱 적합합니다. 가치 투자의 아버지이자 워런 버핏의 주요 멘토인 벤저민 그레이엄의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장은 침소봉대 하기를 좋아해서 사소한 흙무덤도 산으로 과장해 버린다'. 다시 말하면 시장의 단기적 특징은 바로 과잉 반응이라는 뜻입니다. 현재의 극심한 변동성장을 생각할 때 평소보다 과한 반응이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전략적으로 자주 거래하는 것이 여의치 않은 투자자라면 평소보다 많은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겠습니다만, 주식의 미래 수익률이 훨씬 낫다는 걸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가가 낮을수록 미래 전망은 더 매력적이고요. 장기 투자 기회 역시 존재한다고 봅니다. 주가 급락을 목격했다고 해서 상황을 회피할 필요는 없습니다. 군중과 무리는 그렇게 행동하겠지만요. 시장에서 돈을 벌려면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그들이 눈치채지 못한 기회를 포착해야만 합니다."

뉴욕=강영연 특파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