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사태' 권도형·테라폼랩스, 1000억대 세금 추징당했다

입력 2022-05-18 17:29
수정 2022-05-19 01:37

시가총액 50조원이 1주일 만에 증발한 국산 암호화폐 ‘루나 사태’의 장본인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와 테라폼랩스에 대해 국세청이 1000억원 이상의 법인세 및 소득세를 추징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대표와 테라폼랩스는 작년 12월부터 과세에 불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루나 폭락 사태 직전 국내 법인을 청산하고 거주지를 해외로 옮기려 했다는 정황도 확인되면서 세금 납부를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국세청, 1000억원 추가 추징 준비18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권 대표와 신현성 티켓몬스터 이사회 의장, 한창준 차이코퍼레이션 대표, 테라폼랩스에 대해 1000억여원의 세금을 납부하라고 통보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6월 테라폼랩스의 모기업인 더안코어컴퍼니와 테라폼랩스에 대해 법인세 및 소득세 탈루 혐의로 특별 세무조사를 벌였다. 세무조사에서 권 대표는 테라폼랩스의 싱가포르 법인인 테라싱가포르의 지분 92%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테라폼랩스와 관계가 없다고 밝혀온 신 의장은 8%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대표도 등기이사직을 맡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세청은 작년 10월 테라싱가포르의 100% 자회사인 버진아일랜드 법인 테라버진의 등기이사 권 대표와 신 의장, 한 대표 등에 대해 소득세 40억6600만원을 부과한다는 세무조사 결과를 통보했다. 테라버진에 대해서도 법인세 444억7800만원을 부과했다.

국세청은 테라버진과 권 대표 등이 싱가포르에 설립된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에 루나를 무상 증여한 것으로 보고 법인세와 소득세를 매겼다. 테라폼랩스가 테라와 루나의 시가총액을 키운 원흉으로 지목되는 앵커프로토콜의 손실을 보충하거나 과세를 회피하는 등의 목적으로 루나를 테라싱가포르로부터 LFG로 보내는 과정에서 이 같은 혐의가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이 외국에 설립한 테라폼랩스에 대해 탈루 혐의로 세금을 추징하기로 한 건 이들 법인을 국내 법인으로 봤기 때문이다. 법인 등기는 각각 싱가포르와 버진아일랜드에 했지만 국내 법인 여부는 ‘실질적 관리장소’가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법인세법상 실질적 관리장소란 해외법인이라 해도 국내에서 의사결정이 내려지고 등기이사 등이 국내인 및 거주자로 구성돼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정해진다.

국세청은 권 대표 등과 테라버진이 LFG에 무상 증여한 금액을 전액 기타소득으로 보고 과세 대상에 포함했다. 특수관계가 아닌 두 법인 간 증여에 대해선 증여한 금액의 70%까지만 과세표준에 포함된다. 하지만 두 법인의 대표가 모두 권 대표라는 점에서 LFG까지도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로 본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싱가포르에 설립한 LFG의 실질적 관리도 국내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고 국내 법인으로 해석해 약 1000억원의 추가 추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권 대표가 사들인 비트코인을 LFG로 보냈다면 마찬가지로 무상 증여로 해석돼 추가 과세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현된 암호화폐 차익에 대해서만 과세가 이뤄지는 만큼 앞으로 추징금은 더 커질 전망이다. 과세 회피 목적 해외 도피 의혹도권 대표 등이 해외로 도피하려 했다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이들은 루나 사태가 터지기 전인 지난 4일과 6일 각각 국내 테라폼랩스 부산 본사와 서울 지사를 청산했다. 앞서 자신들은 테라와 관계가 없다고 밝혀온 신 의장과 한 대표 모두 세금을 추징당하면서 결국 허위 해명을 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투자자들과 각국 정부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테라폼랩스 법률팀 소속 변호사 3명이 최근 모두 사임했다고 외신이 이날 보도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