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44% 올랐던 세종 집값 '바닥없는 추락'

입력 2022-05-18 17:18
수정 2022-05-26 16:34

세종 아파트 가격이 11개월째 떨어지며 하락률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불과 2년 전 ‘패닉 바잉’(공황 구매) 열풍까지 일으키며 연간 누적 상승률 40%대로 전국 1위를 달렸던 모습과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미 가격에 선반영된 데다 공급과잉에 단기간 급등에 따른 피로감까지 겹쳐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투기과열지구로 인한 대출 규제로 외부인의 투자조차 쉽지 않아 당분간 세종 아파트값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세종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 5월 둘째 주에만 0.09% 떨어졌다. 세종 아파트 매매가격은 주간 기준으로 지난해 7월 넷째 주 이후 42주 연속 하락세다. 월간 기준으로 봐도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 하락했다.

세종 소담동 세종중흥S클래스리버뷰 전용면적 84㎡는 이달 1일 7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작년 3월 기록한 신고가(10억3000만원)보다 3억원 가까이 떨어진 가격이다. 같은 날 고운동 가락6단지프라디움 전용 59㎡도 작년 1월 신고가(6억4000만원)보다 2억4500만원 낮은 3억9500만원에 팔렸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세종 아파트값은 누적 기준으로 3.11% 떨어졌다. 전국에서 하락 폭이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 세종 아파트값의 약세 폭은 최근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은 대구보다도 더 크다. 조정대상지역인 대구는 신규 아파트 ‘공급 폭탄’이 쏟아지다 보니 최근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아파트 가격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세종보다는 하락 폭이 작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대구 아파트값의 누적 하락률은 2.06%다. 세종과 대구 모두 지난해 하반기 이후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띠고 있지만 올 들어 세종의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세종 아파트 가격은 2년 전만 해도 상승률이 전국 1위를 기록했다. 행정수도 이전론이 불거지고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등이 부각되면서 몇 달 새 동일한 아파트값이 2억원 이상 오르기도 했다. 연일 신고가를 세우는 매매 사례가 나오면서 2020년 세종 아파트값의 누적 상승률은 44%에 달했다. 전국의 청약통장이 몰리면서 청약 경쟁률이 수백 대 1을 기록하는 곳이 비일비재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짧은 기간에 급격하게 세종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그에 따른 반작용이 올 들어 두드러지고 있다”며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해 40%에 해당하는 외지인들의 투자 관심도 주춤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새 아파트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여전하지만 매매시장이 위축되면서 청약시장의 열기까지 사그라들고 있다.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법(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 개정안)이 지난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지만 분위기 반전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과도한 기대가 이미 선반영돼 분위기를 반전시킬 만한 큰 이슈가 없다면 다시 반등세로 돌아서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올해 이후 공급량이 줄어들 예정이지만 지역 규모에 비해 과도한 입주 물량이 쌓인 상태라 시장이 살아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세종 내 아파트 연간 적정 입주 물량은 1890가구다. 하지만 지난해에만 7668가구가 입주했다. 올해 역시 2284가구가 입주한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