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투자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폿’이 포스코 광양제철소 1고로의 모든 송풍구를 자율점검하는데 최근 투입됐다. 그동안 사람이 투입됐던 송풍구의 적열 상태, 가스 유출, 냉각수 누수 여부 등을 대신 파악한다. 44개 송풍구 점검에 40분이 걸린다. 스폿은 충전 스테이션으로 자동으로 걸어가 배터리를 충전하면서 수집한 데이터를 전송한다. 로봇이 침입자 관리 등 단순한 업무에서 안전 관리로 역할이 확대되는 것이다. 포스코는 현재 스폿 활용에 관한 기술검증(PoC)을 마무리 단계에 있다. 효용성이 입증되면 도입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기수 포스코 저탄소공정연구소장은 18일 AI미래포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주최로 열린 ‘산업 안전을 위한 디지털 혁신 -중대재해처벌법, AI로 돌파한다’ 웨비나에서 스폿의 활용을 안전 관리 사례로 소개했다. 이날 행사에선 로봇, 메타버스, AI(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도입해 산업 현장의 안전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김 전무는 “아무리 좋은 솔루션이더라도 작업현장에서 이용하기 불편하면 쓰지 않는다”며 “안전도 현장에 답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폿의 자동 충전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입장에서도 처음 시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람이 이 로봇을 수동으로 충전해야하는 불편함이 생기면 현장에서 이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전무는 “로봇만 투입한다고 능사가 아니다”며 “로봇을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도 필수”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밀폐공간에 들어가기 전에 테니스공 규격의 ‘세이프티 볼’을 던져놓고 질소 농도를 체크해 사고를 예방한다. 30m 범위까지 스마트폰으로 미리 질소 농도를 확인할 수 있다. 세이프티 볼끼리 연결해 최대 100m 밖의 질소 농도를 감지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현장 작업자들 사이에서도 스폿과 세이프티볼의 활용에 호평이 나오고 있다는 게 김 전무의 전언이다.
김영식 KT DX플랫폼 사업본부장은 영상에 AI 기술을 접목한 ‘비전 AI’이 건설 공사현장, 기업 및 지자체 건물 등에 적용 중인 사례를 소개했다. 김 본부장은 “산업재해의 50% 이상이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데, 건설 현장의 CCTV 중 20~30%는 늘 고장나 있다”며 “그런데 고장났는지도 현장에서 모른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카메라만 현장에 설치한다고 안전관리가 이뤄지는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비전 AI는 작업자의 행동 인식을 인식해 안전센터에 알람을 보내준다. 작업자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거나, 작업 중 쓰러진 사람이 있으면 이 역시 감지한다.
강중규 대우조선해양 산업기술연구소장은 드론 활용의 유용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이 전세계 조선소 중 드론을 제일 많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드론은 조선소 야드의 상공에서 어떤 종류의 강재가 어디에 적재돼있는지 파악한다. 오전, 오후 야드를 찍어 이를 작업자에게 공유하는데, 앞으로는 스티리밍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할 계획이다. 드론을 이용해 크레인의 사각지대에 있는 위험 요소를 파악하고, 선박을 띄웠을 때도 드론을 통해 위치를 조정할 수 있다. 강 소장은 “드론 적용에 1년이 걸렸는데 기술때문이 아니라 노조 설득때문”이라며 “안전이 아니라 감시를 위해서 아니냐는 오해를 불식시키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