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되는 소형차 하나둘 사라진다"…기아 'K3' 단종되나

입력 2022-05-18 14:43
수정 2022-05-18 14:44

기아 소형 세단 K3가 내후년 단산될 예정이다. 판매가 부진한 데다 소형차 특성상 수익성이 좋지 않아서다. 별다른 신차 출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대로 단종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오는 2024년 K3의 단산을 검토 중이다. 준중형 차급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판매량도 예년 같지 않다.

지난해 K3는 국내에서 총 2만6405대 팔렸다. 같은해 4월 2세대 부분변경 모델을 내놨음에도 성적이 저조했다. 완전변경, 부분변경 등 신차 출시 때마다 연간 4만~5만대 이상 판매됐던 것과 대조된다. 올해(1~3월) 들어서도 K3 판매는 5385대에 그쳤다.

K3는 경쟁 모델인 현대차 아반떼와 비교해도 판매량 차이가 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아반떼(내연기관 모델 한정)는 6만1317대 팔렸다. 2020년에는 그 해 4월 7세대 출시 효과로 연간 판매량 8만대를 넘겼다. 그 전까지는 평균 6~7만대 판매 수준을 유지했다. 올 1분기 판매량은 9853대로 집계됐다. K3 판매량의 약 2배 규모다.


K3의 수익성이 낮은 점도 단산 결정의 계기가 됐다는 분석. 현대차와 기아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은 몇 년 전부터 대당 이익률이 낮은 소형 세단 생산을 줄이고, 돈 되는 차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고급차 생산은 늘려 왔다.

실제로 기아의 SUV 생산 비중은 2019년 59%에서 2020년 63%, 지난해 66%로 뛰었다. 카니발 등 레저용차량(RV) 비중까지 더하면 67%→70%→75%로 높아진다. 같은 기간 현대차 SUV 생산 비중도 매년 늘었다. 세단 비중은 그만큼 줄었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 i40, 액센트 등 일부 소형~중형급 세단이 단종됐다.

반도체 공급난이 이 같은 흐름을 부추기면서 세단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판매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를 대비해야 하는 업체들이 대당 수익성을 높이는 SUV 중심의 라인업 운영에 더 힘을 쏟으면서다.

최근 현대차가 중형 세단 쏘나타 단종을 검토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중심의 라인업 재편이 이뤄지는 시기 생산 효율화 차원에서 부진한 내연기관 모델을 정리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K3와 신형 니로가 생산되는 기아 화성 2공장에선 전기차 EV6가 병행 생산될 예정이다. EV6는 화성 3공장에서 생산되는 모델이나 K3 주문량 감소로 일감이 계속해서 줄어들 것을 우려한 기아 노조가 생산 물량 배분을 사측에 요청한 데 따른 조치다. 더구나 EV6는 출고까지 대기기간만 18개월 걸리는 만큼 병행 생산으로 밀려드는 주문량을 소화하려는 의도도 있다.

기아 노조 화성지부는 "K3가 첫 양산된 이후 5년차에 접어들면서 점차 주문량이 감소하고 있다. 2024년 K3가 단산되면 2공장은 니로 만으로 정상적인 라인 가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EV6 병행생산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