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채드윅 학생들, 두 달 인턴하고 의학전문가급 논문 썼다

입력 2022-05-18 15:18
수정 2022-05-18 15:41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딸이 출간한 논문이 모두 ‘돈만 내면 실을 수 있는’ 약탈적 학술지에 게재돼 논란인 가운데, 한 장관 딸이 재학 중인 국제학교 학생들이 유명 대학 교수와 공동저자로 투고한 논문이 다수 발견됐다.

정부 지원금으로 연구물에 이름을 올린 경우, 단 2개월 간 인턴으로 참여한 후 SCIE급 의학 논문에 이름을 올린 경우도 있었다. ○대학병원 교수와 공저자로 류마티스학 논문 써18일 한국경제신문이 인천 송도의 채드윅 국제학교 소속 학생들이 학술지에 투고한 논문을 살펴본 결과, 고등학생 신분으로 대학 교수나 해당 분야 석박사들과 함께 논문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례가 여럿 발견됐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배울 일이 없는 전문 의학이나 생명공학 분야 논문이 대부분이었다. 2017년 채드윅 국제학교 소속 A군은 대학병원 의사·교수와 함께 류마티스 관절염에 대한 논문을 썼다.

이 논문의 저자 6명 중 A군을 제외한 5명은 모두 당시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 내과 의사이자 교수다. A군은 6명의 저자 중 세 번째로 이름을 올렸는데, 연구에 참여한 대학교수 세명보다도 연구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인정 받은 셈이다.

논문은 저명한 학술지에 투고됐다. 류마티스학에 관한 국제 저널인 ‘Clinical and Experimental Rheumatology’인데, 이 학술지는 최근 5년 연속 SCIE와 스코퍼스(Scopus)에 등재될 정도로 수준이 높다.

A군은 논문을 낸 바로 다음해, 미국의 세계 최상위권 명문 주립대학인 워싱턴대학에 진학했다. ○교육부 ‘BK21 사업’ 지원금 받은 연구도정부 지원금을 받은 연구도 있었다. 채드윅 국제학교 소속 B군은 2018년 대장염에 대한 거걸스테론 성분의 보호 효과에 관한 의학 논문에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논문은 교육부가 지원하는 ‘BK21 플러스 사업’에서 받은 연구비로 작성됐다.

BK21 사업은 교육부가 우수한 대학원의 교육·연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비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7년 주기로 지원 대학과 연구팀을 선정한다. 그 중 BK21플러스 사업은 2013년~2019년에 시행됐으며, 총 1조9000억원의 지원금이 들어갔다. B군이 저자로 이름을 올린 이 연구는 BK21플러스 프로젝트 외에도 보건복지부와 미래창조과학부 연구 지원금을 받았다.

이 논문에는 12명의 저자가 이름을 올렸는데, B군을 제외한 나머지 저자 중 10명은 연세의대 소속 교수나 석박사 연구자다. 이 중 7명은 ‘BK21플러스 사업’ 소속 연구자다.

B군은 채드윅 국제학교를 졸업한 후 2018년 미국의 보든 칼리지 의대에 진학했다.

○2개월 인턴하고 SCIE급 논문에 이름 올려연구에 인턴으로 2개월 간 참여한 후 석박사들과 함께 SCIE급 논문에 이름을 올린 경우도 있다. 2016년에 채드윅 국제학교 소속 C양은 섬유아세포와 간세포에 대한 의학 논문에 이름을 올렸다.

C양을 제외한 논문 저자 6명은 모두 포항공대 석박사생이고, 1명은 포항공대 교수다. 역시 저명한 학술지에 투고됐는데, ‘PLOS ONE’이라는 과학 및 의학 분야 학술지로, 지난 5년 연속 SCIE와 스코퍼스에 등재됐다.


주목할 점은 C양은 고교생 시절 단 두달 해당 연구에 인턴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C양은 본인의 경력을 소개하는 웹페이지를 통해 2015년 6월~7월 포항공대에서 연구자로 참여했다고 밝히고 있다. 해당 페이지에서 C양은 “실험을 수행하고 랩 멤버들과 함께 PLOS ONE에 논문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C양은 인턴을 마친 다음 해 미국 아이비리그 코넬대학에 진학했다. ○교육부 전수조사 했지만...“해외대 진학자 관할 아니야”교육부는 지난달 25일 이 학생들처럼 미성년자 신분으로 학술 연구물에 저자로 이름을 올린 경우를 조사해 발표했다. 대학교수들이 서로 중·고등학교 자녀를 공저자로 올려주는 이른바 ‘논문 품앗이’를 한다는 지적과 제보가 잇따르자 2017년부터 5년 간 조사한 결과였다.


하지만 1033건의 미성년 공저자 중 실제 입학 취소 처분을 받은 사례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을 포함해 5명에 그쳤다. 각 대학에 연구 부정 결과를 판정하도록 맡겼기 때문에 ‘부정 연구물’로 판정된 논문 수 자체도 1033건 중 9%에 그쳤고, 부정 연구물 판정을 받은 경우도 징계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징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제대로 된 연구 없이 부당하게 이름을 올렸다고 판정된 미성년자 중 36명은 해외 대학에 진학했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받지 않았다. 교육부의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다.

본지는 채드윅 국제학교 학생들이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들이 교육부 조사에서 연구 부정 판정을 받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교육부와 연세대에 문의했다. 하지만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