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해 TV홈쇼핑을 통해 한 인테리어 브랜드 업체의 리모델링 패키지 상품을 계약했다. 주택 전체를 뜯어고치는 큰 공사였던 만큼 자재비·인건비 등으로 수천만원의 비용을 썼다. 새집 분위기를 즐긴 것도 잠시, 우수관에서 누수 징후가 나타났다.
인테리어 업체 직원이 누수 현장을 점검했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었다. 답답했던 A씨는 현장을 다녀갔던 직원에게 다시 연락했다. 그런데 “시공엔 문제가 없으니 시공 담당이 아닌 최초 설계를 맡은 대리점에 연락하라”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TV홈쇼핑을 통해 계약한 A씨는 대리점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몰랐다. 결국 A씨는 이렇다 할 보수를 받지 못한 채 발만 굴렀다.
최근 인테리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A씨처럼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8~2021년 인테리어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총 1752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만 전년(412건) 대비 37.9% 증가한 568건이 몰렸다. 피해 유형별로는 ‘하자보수 미이행 및 지연’이 24.5%로 가장 많았다.
인테리어 공사는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수억원까지 큰 비용이 들어간다. 한 번 진행된 공사를 원상 복구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소비자들의 경제적 피해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다수 인테리어 현장은 소비자가 인테리어 브랜드 업체와 공사 계약을 맺고, 실제 시공은 브랜드 업체로부터 건축자재를 공급받는 시공 업체가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공 업체만 수만 개에 이르는 만큼 소비자가 시공자의 실적이나 평판을 파악해 인테리어 계약을 맺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계약부터 설계, 시공 과정에 일선 대리점과 인테리어 브랜드 업체, 전문 시공 인력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기 때문에 하자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일도 매우 어렵다. TV홈쇼핑이나 온라인 중개 플랫폼 등으로 소비 채널이 다양화한 점도 어려움을 키웠다.
이처럼 분쟁이 일상화하고 피해 규모가 커졌지만 계약부터 시공, 하자보수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표준화된 하자 판정 기준과 가이드라인은 아직 전무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8년 내놓은 ‘실내 건축·창호공사 표준계약서’가 있지만 인테리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소비자가 활용하긴 쉽지 않다. 2020년 41조5000억원대인 인테리어 시장 규모는 올해 60조원 수준까지 커질 전망이다. 부쩍 성장한 인테리어 산업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책임 ‘사각지대’를 더는 방치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