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원천 봉쇄"…개정법안 발의

입력 2022-05-17 16:38
수정 2022-05-17 17:32


현행 최저임금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업종별 차등적용 규정을 삭제하자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여기엔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의 발언을 작성해서 보존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두고 노사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차등 적용을 법 개정을 통해 원천적으로 막으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노사 갈등이 깊어져 가는 형국이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환경노동위원회, 비례)은 17일 현행법상 최저임금을 사업 종류별로 구분해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안에 따르면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 2항의 "사업의 종류별 구분은 제12조에 따른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한다"는 내용이 삭제된다.

또 17조의 2 조항을 추가해 "위원회는 △개의, 회의 중지 및 산회(散會)의 일시 △의사일정 △출석위원의 수 및 성명 △출석위원의 발언 △표결 수 등을 적은 회의록을 작성·보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해당 조문 2항에서는 "위원회의 의사는 속기로 기록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업종별 차등 적용은 불가능해진다.

또 그간 최저임금 회의는 일부 비공개로 진행돼 왔지만, 회의록에 발언이 그대로 기록되고 공개되면 특히 공익위원들의 발언이나 의견 개진이 위축되거나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법안 제출은 노동계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노동계는 위원장이 직접 나서 민주당 측에 최저임금 차등 적용 조항을 삭제해 달라는 요구를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한국노총은 16일 열린 제93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도 '2023년 적용 최저임금 인상 및 제도 개악 분쇄를 위한 활동 계획' 등 대응 방안을 결정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업종별 차등적용은 1988년 단 한 차례에 불과해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라며 "코로나로 가뜩이나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저임금 노동자에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최저임금 차등적용 시도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 낮은 최저임금으로 노동자와 노동자를, 그리고 노동자와 영세 소상공인을 갈라치기 하는 최저임금 차등적용 시도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법 발의 취지를 명확히 했다.

반면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을 노사 자율에 맡기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며 "굳이 법 개정을 통해 결정 범위를 제한하려는 시도는 자율적인 최저임금 결정을 통제하려는 의도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전원회의를 열고, 내달 9일 세종에서 제3차 전원회의를 열고 노사 최초 최저임금 제시안을 공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