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차세대 보안 기술인 양자암호를 적용해 1 거리 무선 통신에 성공했다. 300m 넘는 거리에서 양자암호 데이터를 주고받은 국내 최초 사례다.
17일 KT는 서울 한강 동작대교 북단에서 남단 사이 1㎞ 구간에서 무선 양자암호 전송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통신 송수신 양 끝단에 양자암호 장비를 적용해 데이터를 암호화했다. KT는 “이번 시험으로 자유 공간에서의 양자 전송, 장거리 정밀 지향 통신 등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며 “유선보다 기술 난이도가 높은 무선 환경에서 기존보다 훨씬 긴 거리 통신을 달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양자암호 인프라는 고정된 지점 사이에 광케이블을 연결하는 유선 방식을 썼다. 무선 방식을 쓰면 이동하고 있는 물체나 산악·도서지역 등에서도 양자암호를 쓸 수 있다.
KT는 “안정성과 보안성이 중요한 국방·항공·우주산업에 양자암호를 적용할 길이 열린 것”이라고 했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드론과 같은 도심형 이동체를 비롯해 항공기, 위성 등 고고도 장거리 이동체용 보안 통신에도 양자암호를 쓸 수 있다는 얘기다.
KT는 그간 국내 양자암호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자체 기술로 유선 양자암호통신 솔루션을 개발하고, 우리넷 등 국내 중소기업에 관련 기술을 꾸준히 이전했다. 작년 말엔 20kbps(초당 킬로비트) 속도의 고속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독자 개발했다. 동시에 암호장비 4000개에 양자암호를 공급할 수 있는 속도다. 정부의 디지털뉴딜 양자암호통신 속도 기준(5bps)에 비해 4000배 빠르다.
이종식 KT 융합기술원 인프라DX연구소장(상무)는 “KT가 유선을 비롯해 무선 양자암호통신 기술도 확보하게 됐다”며 “하늘과 땅을 망라한 촘촘한 양자암호 보안 체계로 통신 인프라의 안전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양자암호통신은 양자역학을 바탕으로 광자(빛 알갱이)에 정보를 담아 전송하는 통신 방식이다. 암호키 하나를 쓰는 기존 암호통신 방식과 달리 정보를 보내는 쪽과 받는 쪽 모두 양자난수암호를 가진다.
광자는 하나의 상태가 변하면 쌍을 이룬 나머지 하나의 상태가 변한다. 해커 등 제3자가 접근할 경우 통신 데이터 내용 자체가 어그러진다. 이러면 도·감청의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에 해킹 시도를 무효화할 수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