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으로 입에 달고 살아'…미국인들이 푹 빠진 한국 반찬

입력 2022-05-17 15:12
수정 2022-05-17 16:26

한국 김이 건강식으로 세계적 인기를 끌면서 수출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 12년 간 수출액이 연평균 20%씩 늘어날 정도다. 정부도 작년 말부터 '김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김산업법)'을 시행하며 지원에 나섰다.

17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김 수출액은 6억9000만달러(약 8814억원)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2010년 1억1000만달러에서 12년만에 6.6배가 늘었다. 연평균 성장률은 19.7%에 달한다. 같은 기간 수출량은 9600t에서 3만t으로 3.1배 늘어났다. t당 수출 단가도 2배 이상 뛴 셈이다.

2010년 64개국에 불과했던 김 수출국도 현재는 114개국으로 2배 가량 늘었다. 국산 김 수출의 66%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요 4개국이 차지하고 있다. 작년 기준 미국으로의 김 수출액이 1억5600만 달러로 가장 많았다. 4위인 러시아로도 4700만 달러의 김이 팔려 나갔다.

과거 서양에서 김은 '바다의 잡초', '블랙페이퍼(Black Paper)'라 불리며 일종의 혐오 식품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김이 건강식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되면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김을 밥반찬으로 활용하는 한국, 일본 등과 달리 미국 등 해외선 이를 안주나 간식으로 즐긴다. 이에 국내 업체들도 수출용 김의 염도를 낮추고 다양한 양념을 가미해 가벼운 스낵으로 제품화하는 등 다양한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김은 2019년 그간 부동의 수산물 수출 1위였던 참치를 제치고 국내 수산물 수출액 1위 자리에 올랐다. 네모반듯한 모양과 수산물 수출에의 높은 기여도 때문에 '바다의 반도체'라는 별명도 얻었다.

빠른 성장의 배경엔 정부 차원의 김 산업 육성 지원도 큰 역할을 했다. 김이 수출 '효자'로 떠오르면서 정부도 김 산업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해수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2010년 50% 수준이었던 김 종자 국산화율은 현재 95% 수준으로 높아졌다. 김 종자 국산화로 해외에 지불하지 않게 된 로열티만 최근 10년 간 약 390억원에 달한다. 양적 성장 뿐 아니라 질적 발전도 함께 이뤄진 셈이다.

2020년 12월 제정된 '김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김산업법)'도 작년 12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정부는 김산업법과 시행령에 김 수급 안정을 위한 양식업계 지원 방안과 김 가공업체 시설 개선, 인력 양성, 전문 연구기관 지정·운영 방안 등을 담았다.

종자부터 물김생산, 1차 가공(마른김), 2차 가공(조미김, 김스낵), 소비·수출로 이어지는 김산업을 독자적인 산업으로 구분하고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오는 19일 전남 목포에서 제11회 김의 날 기념식을 개최하고, 김산업 발전 유공자들에 대한 포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송상근 해수부 차관은 "김은 이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수출하는 식품으로 세계무대에 당당히 자리매김했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종자개발부터 생산, 가공 등 김 산업 전반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연간 김 수출 10억 달러라는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