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한 40대 남성이 다섯살배기 아들이 보는 앞에서 이웃 남성에게 머리채를 잡히는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공터 사유지에 한 불법주차가 발단이었다.
A씨는 출근하려던 중 공터출입구가 B씨의 차량으로 가로막혀 있자 전화를 걸어 이동주차를 요구했다. 공터 소유주였던 B씨는 “자신의 땅에 적법하게 댄 차를 왜 빼줘야 하냐”며 격분했고 결국 폭행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 모습은 현장에 있던 A씨의 아내와 5살배기 아이도 목격했다.
이같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5일 아파트나 빌라 등 사유지 주차갈등 문제 해결을 위해 이른바 ‘공동주택 불법주차 해소 3법’을 발의했다. 땅주인이 더 답답한 불법주차다시 사건으로 되돌아가서 폭행은 잘못이지만 B씨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 A씨에게 수차례 “주차하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차까지 빼달라는 요구는 적반하장으로 느껴졌을 법하다.
사유지 무단주차, 이중주차는 일상생활에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다툼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폭행등으로 비화돼 A씨의 사례처럼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도 늘었다. 명확한 처벌 규정이 없는 게 이 같은 갈등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사유지에 무단주차된 차는 강제견인 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행정기관이 견인은 물론 과태료 부과 등을 할 권한이 없다. 사설 견인업체를 불러 무단주차 차량을 견인하거나 바퀴에 락을 걸어놓는 것도 역으로 고소를 당하기 십상입니다. 흠집이 생기면 재물손괴죄가 되기 때문이다.
답답한 소유주는 결국 민원을 택한다. 2020년 기준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불법 주정차’ 민원건수는 314만건에 달했다. 2016년 처음 100만 건을 넘어선 이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민원을 제기해 봤자 큰 효익이 없다는 게 소유주를 더 답답하게 한다. 강제 견인 등 가능하게김상훈 의원의 불법주차 해소 3법은 ‘주차장법’, ‘공동주택관리법’,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으로 구성됐다. 여기에는 △주차질서 준수 의무 신설 △공동주택 내 단속 근거 마련 △주차질서 준수 의무를 위반할 경우 행정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명문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같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사유지에 불법 주차한 차량에 대해서는 행정조치로 강제견인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특히 아파트 등 공동주택 내에도 주차질서 준수와 관련해 단속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
실제로 지난 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공동주택 등 사유지 주차갈등 해법’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2025명) 중 98%가 “단속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김상훈 의원의 말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불법주차에 대해 관리주체가 문제를 제기할 경우 행정기관이 조치를 할 수 있게 된다
민원이 급증하고 있는 사유지 내 주차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이 법에는 아파트 단지내 소유주간 주차문제 등에 행정기관이 개입할 수 있는 근거는 포함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사유지내에서 일어나는 갈등에 공권력을 투입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