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 반도체의 불량률을 줄이는 핵심 국내 첨단기술 '초임계 세정 장비'를 중국으로 유출한 일당이 구속기소됐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형사부(이춘 부장)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삼성전자의 자회사 세메스 출신 직원 2명을 비롯해 협력사 관계자 2명 등 4명을 구속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은 2018년 중국 소재 연구소와 접촉해 세메스 측이 세계 최초로 개발해 삼성전자에만 납품해온 초임계 세정 장비를 그대로 만들어줄 수 있다면서 생산 설비가 없는 상태에서 18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초임계 세정 장비는 초임계(액체와 기체를 구분할 수 없는 상태) 이산화탄소로 반도체 기판을 세정하는 설비로, 기판 손상을 최소화하는 기술로 알려졌다. 부정경쟁방지법상 기업의 영업 비밀에 해당한다.
이들은 실제로 중국과 합작 회사를 만들어 초임계 세정 장비를 만들어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모두 800억원의 부당이득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핵심 기술 유출 시도는 국가적 손실을 불러오는 만큼 업계에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외 주요국들은 각자의 원천 반도체 기술을 지키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전략을 세우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견제해 국가 경쟁력에 치명타를 주는 전략을 들고 나온 미국이 대표적. 미국은 2020년 중국을 겨냥해 반도체 수출 시 국가 안보 허가를 받도록 했다. 반도체는 미국산 장비·소프트웨어 기술 없이는 사실상 제조가 어려운 형편이다.
반도체 왕국 재건을 꿈꾸는 일본도 기술 유출 단속에 적극적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내각은 첨단기술 유출자를 2년 이하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내용의 경제안전보장 추진법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TSMC를 보유한 대만 정부는 더 강력한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대만 행정원은 지난달 17일 국가안전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경제 부문 스파이 혐의를 받는 이들에 대해 최장 12년의 징역형과 약 43억원 수준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국가안전법과 양안관계조례 개정안'을 동시에 통과시켰다.
법안에는 국가핵심기술 유출에 대한 '경제 간첩죄'와 '영업비밀 국외유출죄'가 추가됐다. 개정안은 국가의 핵심 기술을 빼돌리는 일명 '경제 스파이'에 대한 범죄 구속력을 강화하고, 해외에 근무하는 국가 핵심 기술 업무자들 중 규정 위반자에 대한 처벌 수준을 높이는데 집중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