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흔 오큐라이트 대표 "부작용 줄인 백내장 수술기기, 美 병원도 쓴다"

입력 2022-05-16 17:09
수정 2022-05-17 02:52
국내 대학병원 안과 교수가 백내장 수술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한 의료기기가 올가을부터 미국에서 환자 치료에 사용된다. 병원 창업을 육성하기 위해 2012년 출범한 연구중심병원 제도가 10년 만에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다.

남동흔 오큐라이트 대표(사진)는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병원에서 ‘스마트빔 백내장 수술’을 도입하기로 했다”며 “현지 임상윤리위원회(IRB) 심사 절차 등을 마친 뒤 올가을께부터 실제 환자 치료에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2년간 컬럼비아대 병원에서 이 기기를 활용해 100여 명이 수술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길병원 안과 교수로 재직 중인 남 교수는 2017년 오큐라이트를 창업했다. 백내장 수술 기기인 ‘아이차퍼’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망막과 백내장 환자를 동시에 진료하던 남 교수는 망막 수술에 쓰던 간접 조명을 백내장 수술에 반영하면 수술 중 동공이 줄어 생기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토대로 스마트빔 백내장 수술을 개발했다. 아이차퍼를 쓰면 동공이 작아져도 의료진이 비교적 쉽게 대처할 수 있다. 국내에서만 매년 240억원의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남 대표는 바로 미국 진출 계획을 세웠다. 2020년 미국에 100% 자회사인 오큐(OCU)를 세웠다. 지난해엔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해당 의료기기의 시판 허가(510k)도 받았다.

길병원과 고려대 안산병원, 순천향대 서울병원, 인제대 일산백병원 등 네 곳의 대학병원에서 스마트빔 백내장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컬럼비아대 병원은 이 수술을 시행하는 다섯 번째 대학병원이 된다. 사용이 늘고 있지만 아직 이를 활용해도 환자에게 비용을 받을 수 없다. 보험 시장에 진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 대표는 “컬럼비아대 병원에서 기존 수술 대비 이점이 뚜렷하게 좋다는 게 인정되면 미국 보험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에서도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아 건강보험 항목에 포함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