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새 정부 경제팀의 첫 시험 무대…"제2 외환위기 우려"

입력 2022-05-15 16:56
수정 2022-05-16 00:34
1년 전 아케고스캐피털 사태에 이어 이번에는 캐시 우드가 운영하는 아크인베스트먼트의 수익률이 급락함에 따라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 이후 한동안 잊혔던 ‘대형펀드 위기설’이 다시 나돌고 있다.

최근처럼 대형펀드가 손실이 발생해 투자 원금까지 줄어드는 상황에 직면하면 고객인 투자자로부터 ‘마진콜’을 당한다. 마진콜이란 증거금에 일정 수준 이상 부족분이 발생할 경우 이를 보전하라는 요구를 말한다. 은행으로 친다면 법정 지급준비금이 부족한 현상과 같은 의미다.

각종 펀드는 시장의 신뢰 확보를 생명처럼 여긴다. 이 때문에 마진콜을 당하면 부족한 증거금을 보전하기 위해 기존에 투자해 놓은 자산을 회수하는 디레버리지 수순을 밟는다. 이 과정에서 최근처럼 국제 금리가 상승하거나 유동성이 줄어드는 상황과 맞물리면 신용경색이 심해지면서 금융위기로 악화하는 사례가 자주 목격된다.

대형펀드는 디레버리지 국면에서 신흥국에 투자한 자산을 먼저 회수한다. 이때 신흥국에서는 서든스톱, 즉 외국인 자금이 갑작스럽게 이탈하면서 주가와 통화가치가 폭락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대형펀드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선진국에서는 별다른 영향이 없어도 신흥국에서는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는 ‘나비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3월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처음 올린 이후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은 10조원이 넘는다. 지난달 중순부터는 국내 채권시장에서마저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올해처럼 무역과 재정수지에서 쌍둥이 적자가 우려되는 여건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세가 꺾이지 않으면 외화 사정이 의외로 크게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더 우려되는 것은 각국 금리 간의 ‘대발산(great divergence)’이 재연되고 있는 점이다. 이미 두 차례 금리를 올린 Fed는 앞으로도 ‘빅스텝’ 방식으로 빠르게 금리를 올려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은 초저금리를 고집하는 가운데 중국 인민은행은 경기 부양 차원에서 금리를 내리고 있다.

올 들어 신흥국들이 직면한 외화난은 중남미 외채위기, 아시아 외환위기, 러시아 모라토리엄 사태로 이어지는 연쇄 파동을 겪었던 1990년대 상황보다 심각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저소득 신흥국의 절반 이상이 심각한 부도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외환위기를 경험한 우리나라도 ‘제2 외환위기’ 우려가 급부상하고 있다.

문제는 실제로 제2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론적으로 특정국에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에 널리 알려진 모리스 골드스타인의 위기 판단지표와 금융위기 이후 총체적인 위기 방어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금융스트레스지수가 자주 활용된다.

두 가지 판단지표로 우리나라를 진단해 보면 대형펀드 위기설이 나돌기 시작한 지난해 3월 이후 외국인 자금의 추세적인 이탈세가 중장기 투자자금의 회수로 악화해 외환위기로 치달을 확률은 낮게 나온다. 하지만 우리 국민 사이에는 최근처럼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때마다 외환위기에 대한 우려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 어느 분야보다 외환위기 대책은 외화 보유 확충 등과 경제지표에 의존하거나 금리 인상,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등과 같은 정책 대응에만 의존하는 프레임에 갇혀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우리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국민 사이에 고개를 드는 외환위기 우려까지 해소하는 프레이밍 효과를 중시해야 한다.

프레이밍 효과를 내기 위한 첫 출발은 현상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 결과를 솔직하게 알려 국민의 협조를 구해내는 일이다. 직전 정부처럼 각종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정책당국이 나서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음)이라고 진단하고 “모든 것이 괜찮은데 왜 비판하느냐”는 식으로 대응하다간 우리 국민이 느끼는 외환위기 우려는 해소되지 않음을 새 정부 경제팀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