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 선점 나선 테슬라…삼성도 국내 1위와 '맞손'

입력 2022-05-15 17:00
수정 2022-05-16 00:39
“앞으로 테슬라의 모든 공장에 배터리 재활용 시설이 도입될 것이다. 새로 광물 원료를 사오는 것보다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최근 발간된 ‘테슬라 2021 임팩트 리포트’에 담겨 있는 문구다. 배터리셀 제조를 내재화하고 있는 테슬라는 리포트를 통해 “인하우스 배터리셀 제조업체인 우리는 텍사스와 베를린 등 글로벌 공장에서 폐배터리 원료 제조를 의미 있게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LG 등 폐배터리 사업 강화글로벌 전기차 관련 기업들이 폐배터리에서 자원을 회수하는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전기차 빅뱅’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핵심 부품인 배터리 원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생긴 일이다.

15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국내 선두 폐배터리 자원 회수 업체인 성일하이텍 지분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2009년 이 업체 지분 6.33%를 확보한 데 이어 지난해엔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11.5%를 추가로 사들였다. 폐배터리를 확보해 니켈 코발트 리튬 망간 등 핵심 원료를 추출하는 성일하이텍은 헝가리와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 등에 글로벌 재활용 거점 6곳을 두고 있는 국내 1위 회사다. 내후년까지 글로벌 거점을 24곳으로 늘리기 위해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성일하이텍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폐배터리 생태계를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SDI가 배터리셀 제조 중에 발생하는 폐배터리를 성일하이텍에 공급하면, 성일하이텍이 여기에서 핵심 원료를 추출하고, 삼성물산이 이 원료를 수요처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LG그룹도 폐배터리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최근 LG화학이 벨기에 배터리 소재 업체 유미코아를 인수할 것이란 소문이 퍼진 것도 이 때문이다. 유미코아는 양극재 회사인 동시에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이다. LG화학은 ‘사실무근’이라며 인수를 부인했지만, 업계에선 “유미코아를 인수하면 양극재뿐 아니라 폐배터리 사업까지 포함한 사업 사이클을 갖춘다는 점에서 관심이 있었을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현대자동차 또한 “국내에서 대규모 폐배터리 회수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만성 원료 부족 해결책 선점 경쟁해외에서도 폐배터리 사업을 확대하는 기업이 많다. 중국 CATL은 자회사 비럼프를 통해 폐배터리 사업을 내재화하고 있다. 스위스의 글로벌 광산기업 글렌코어는 캐나다 폐배터리 업체 리사이클(Li-Cycle)에 2억달러(약 255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원료를 생산하는 광산업체까지 재생 원료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배터리뿐 아니라 완성차 업체들도 폐배터리 사업에 적극적이다. 자체 사업과 미국 레드우드와의 협업을 병행하는 테슬라에 이어 폭스바겐도 자체 연구개발(R&D)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은 10년가량이지만 전기차가 시장에 본격 출시된 것은 아직 5년이 채 되지 않았다. 현재는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생기는· 불량품이 폐배터리로 나오고 있지만 향후 승용차에서 폐배터리가 쏟아지면 선점 업체들의 비교우위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SNE리서치는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가 2025년 배터리 수요의 9% 수준(92GWh)에서 2030년 수요의 약 14%(415GWh)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