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흉내를 내 주목받았던 배우가 호주 총선 유세 현장에 등장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머리 스타일과 안경, 검은색 인민복 차림새를 한 남성이 13일(현지시간) 호주의 한 공장에 나타났다.
이날 해당 공장에서는 스콧 모리슨 총리가 같은 자유당 소속 그라디스 류 의원과 유세 행사를 함께 진행했다. 남성은 모리슨 총리가 행사장을 떠난 직후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당신은 누구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최고지도자 김정은이다. 하워드X라는 가명으로도 알려졌다"고 답했다.
하워드X는 중국계 호주 국적자로 김 위원장을 흉내 내는 대역 배우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장과 같은 해 6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에 등장해 관심받은 바 있으며, 2019년 2월에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베트남 하노이를 찾았다가 베트남 경찰에 의해 추방당하기도 했다.
소란이 벌어지자 모리슨 총리 측 관계자는 행사장에서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남성은 "최고지도자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면서 "나는 류 의원을 지지하며, 류 의원은 시진핑(중국 국가주석)을 지지한다. 이제 그는 북한 정권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특정 정당 소속이냐, 아님 정치 운동이냐'라는 물음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번 일은 류 의원의 경쟁자인 드루 파브라우 상원 후보가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브라우 후보는 트위터를 통해 당시의 영상을 공개하며 "이건 우리가 한 일 중 최고다. 멋진 압박 캠페인"이라고 적었다. 그는 홍콩에서 태어난 중국계 호주인인 류 의원이 중국 정권과 관련 있다고 주장해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