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에 60억 투입…하나투어의 '승부수'

입력 2022-05-13 17:11
수정 2022-05-23 16:22
해외여행이 재개되면서 여행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본격적인 포스트 코로나 국면에 접어들면 ‘옥석 가리기’가 가속화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숙박 플랫폼인 야놀자, 여기어때가 해외여행에 뛰어들고, 현대카드의 여행사업부를 인수한 카카오도 모빌리티와 해외여행을 묶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하나투어, 노랑풍선, 참좋은여행, 모두투어 등 수성에 나선 전통 명가들에 새로운 ‘선수’들이 가세하면서 여행사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확 바뀐 하나투어
13일 여행·광고업계에 따르면 여행업계 1위인 하나투어는 지난달 약 60억원을 TV 광고 등 마케팅 예산으로 책정했다. 2020년(1148억원)과 지난해(1272억원) 242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하나투어로선 부활을 위한 ‘회심의 베팅’이다. 하나투어는 올 1분기에도 29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하나투어는 마케팅에 필요한 자금 등을 수혈하기 위해 지난 3월 말 단기차입금 300억원을 조달했다. 마케팅비 60억원은 이 중 2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하나투어는 다음달 1346억원 규모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도 할 예정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시가 대비 약 20% 할인된 가격에 신주를 배정한다”며 “증자대금은 단기 차입금 상환 등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나투어는 기관투자형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가 대주주다. 본격적으로 하늘길이 열리기 전 달라진 하나투어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송미선 하나투어 대표는 대리점 위주의 조직을 정보기술(IT)에 기반한 플랫폼 중심으로 바꾸고, ‘패키지 2.0’이란 신개념 여행 상품을 출시했다. 쇼핑을 없애고, 도심 호텔 숙박을 기본으로 하는 등 소비자 선호에 맞춘 상품이다. ‘절치부심’ 노랑풍선온라인 여행 상품의 선두 주자인 노랑풍선은 최근 하나투어 대표 출신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고재경 최명일 노랑풍선 공동 창업자는 코로나19로 회사가 고사 직전에 처하자 지난해 하반기 공동 회장으로 경영에 복귀했다.

하나투어 출신인 김진국 대표를 3월 말 영입한 것은 업계 1위인 하나투어의 노하우를 노랑풍선에 이식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와 함께 하나투어 전략기획실장도 함께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 및 투자은행(IB) 업계에선 노랑풍선이 하나투어처럼 외부 투자를 유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한다. 노랑풍선은 2019년부터 작년까지 3년간 내리 적자가 이어져 약 23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IB업계 관계자는 “IMM PE가 최대주주로 올라서기 전 하나투어의 2대 주주였던 키움PE가 노랑풍선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때 14%가량의 하나투어 지분을 들고 있던 키움PE는 전량을 장내 매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쿠팡도 본격 참전 ‘저울질’기존 여행사와 e커머스 플랫폼 간의 해외여행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야놀자는 애초 하나투어와 제휴하기로 한 방안을 철회하고, 자체 해외여행 상품을 개발 중이다.

쿠팡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쿠팡은 이날 고가 호텔 숙박 상품을 모아 놓은 ‘쿠팡 트레블 프리미엄’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해외여행으로 영역을 확대하기 전 국내 여행 서비스부터 시작하는 모양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 여행사업부이던 타이드스퀘어를 인수한 카카오의 행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카카오T로 동남아시아 7개국에서 현지 모빌리티 앱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한 터라 이를 해외여행 패키지로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