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 시인은 스무살 무렵 우연히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었다. 그는 “평화가 아닌 승리를 갈망하라”는 니체의 글을 읽으며 전율했다. 니체와의 만남은 그렇게 장 시인에게 운명으로 다가왔다.
《어느 날 니체가 내 삶을 흔들었다》는 장 시인과 함께 니체로 향하는 산책길이다. 장 시인은 니체를 가리켜 ‘철학자를 넘어선 철학자’라고 말한다. 그는 니체가 문명 치료사이자 의사인 동시에 환자, 사유의 무정부주의자, 철학의 테러리스트, 서양의 붓다라고 말한다. 반시대적 통찰을 통해 이전에는 없던 무수히 많은 새로운 철학적 개념을 창안했기 때문이다.
왜 지금 우리는 니체를 읽어야 하는가? 장 시인은 그 이유를 100개 넘게 댈 수 있다고 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니체의 철학은 우리 내면의 삶과 의지를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니체는 자기라는 거울에 비친 세계를 보여준다. 자기의식으로서의 거울, 건강과 육체를 돌보는 자아로서의 거울,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거울을 니체가 비춰준다는 것이다.
니체는 평생 한곳에 머무르지 못한 채 여기저기 떠돌았다. 유럽의 고산 지대를 돌아다니기도 하고, 호수를 산책하거나 지중해 도시에 머무르기도 했다. 장 시인은 니체가 방랑의 흔적으로 남긴 철학의 미로를 헤맨다. 니체 철학의 정수를 파고들다 보면 어느 순간 얽히고설킨 삶의 매듭이 주르륵 풀리는 걸 경험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이 책은 장 시인이 해석한 니체의 말과 생각을 통해 방황하는 현대인에게 삶의 지표를 제시해준다. 한순간 주류에서 변방으로 추락한 사람들, 방향을 잃고 길고양이처럼 떠도는 현대인들을 위한 책이다. ‘삶의 해결책’을 찾는 이가 아니라 ‘삶의 지혜’를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권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