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어비스가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보다 나은 1분기 실적을 기록했지만,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목표주가를 잇따라 내려 잡고 있다. 중국에서 출시한 ‘검은사막’의 흥행에 실패하면서 향후 실적 전망치를 대폭 깎았기 때문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펄어비스는 6.05% 하락한 5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전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놨지만, 장 초반부터 주가가 무너졌다. 성장주가 전체적으로 부진했던 전일 증시 분위기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펄어비스는 지난달 26일 중국에서 출시한 검은사막 모바일의 흥행 참패를 시인했다. 이 회사의 김경만 최고사업책임자(CBO)는 “검은사막 모바일의 현재 매출은 예상 대비 약한 흐름”이라고 밝혔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으로 국산 게임의 중국 출시가 장기간 막혀있던 끝에 문턱을 넘은 검은사막 모바일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실망도 큰 모습이다. 이날에만 펄어비스에 대한 목표가를 낮춘 증권사가 대신증권(11만원→8만원), 이베스트투자증권(9만7000원→7만3000원), DB금융투자(12만원→7만5000원), 유진투자증권(14만원→8만1000원), NH투자증권(12만5000원→7만원) 등 다섯 곳이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출시 전 중국에서의 검은사막의 연평균 일매출은 20억원대를 기대했지만, 현재로서는 10억원도 어려워 보인다”며 “더욱 아쉬운 이유는 당장 2분기부터 실적 전망치가 하락할 것이라는 점 외에도 다음 기대작인 ‘붉은사막’에 대한 기대감 또한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경만 CBO는 중국에서 검은사막의 흥행 참패 배경에 대해 “서비스 첫날 서버 및 통신 장애로 인해 유저 유입이 원활하지 못함에 따라 론칭 후 초기 붐업 효과를 누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현지 규정상 초기 비즈니스 모델(BM)을 약하게 설정할 수밖에 없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업데이트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고, 신규 캐릭터와 거점전과 같은 PvP(유저 간 전투)를 강화한 신규 콘텐츠와 함께 강화된 BM을 제공해 매출 반등을 모색할 것”이라며 향후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증권가의 전망은 밝지 않은 모습이다. 황현준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향후 대규모 마케팅 등을 통한 매출 반등 가능성은 유효하지만, 기존 시장 기대치가 워낙 컸기 때문에 실적 눈높이 하향을 불가피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존 유저 이탈을 막고 신규 유저 유입을 위해 급진적인 고과금의 BM 도입은 어려울 것”이라며 “올해 펄어비스의 전체 매출 대비 검은사막 모바일의 중국 매출 비중을 기존 20%에서 14% 수준으로 하향해 추정한다”고 말했다.
검은사막 중국 버전에 대한 실망감에 기대보다 나았던 실적은 빛이 바랬다. 펄어비스는 지난 1분기 매출 914억원, 영업이익 52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컨센서스(매출 912억원 및 영업이익 44억원)와 비교해 매출은 비슷했고, 영업이익은 약 18% 많은 수준이다. 다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9%와 60% 감소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