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비상' 탄산업계 "석유화학업계 정비일정 늦춰달라"

입력 2022-05-12 18:05
수정 2022-05-12 18:08
뿌리산업·반도체·화학·철강·조선·식품산업 등의 필수 재료로 쓰이는 탄산 공급에 차질이 발생해 중소기업들이 정부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중소탄산가스업계는 탄산공급 부족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는 대기업 공급사들의 플랜트 정비일정을 변경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연합회(회장 심승일)는 탄산부족으로 인해 국내 산업계 현장은 생산차질에 직면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연합회에 따르면 탄산가스는 탄산음료 뿐만 아니라 반도체, 철강, 조선, 의료, 폐수처리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최근 공급 부족으로 공장 가동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탄산은 주로 정유 및 석유화학제품의 제조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성되기 때문에 롯데케미칼, SK에너지, 대한유화, 에쓰오일, LG화학, 현대오일뱅크, 한화토탈 등이 원료 탄산을 공급하고 있다. 이를 태경케미칼, 선도화학, 창신화학, 동광화학, 덕양, 한유케미칼, 신비오켐, 한국특수가스 등에서 탄산으로 만들면 70%는 드라이아이스 제조사나 대규모 수요처에 공급되고 30%는 중소충전업체에 공급된고 있다. 충전업체는 삼정가스공업, 에어텍, 대한특수가스 등 국내 300여곳이 있다. 현재 문제가 심각한 곳은 중소충전업체 공급량이다.

최근 탄산공급 부족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은 울산, 서산, 여수, 나주 등에 있는 석유화학사들의 플랜트가 잇따라 정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으로 인해 석유화학사들이 3~6월에 걸쳐 플랜트정비에 나서면서 부산물로 나오는 탄산의 발생량이 크게 감소하게 된 것이다.

또한 늘어난 온라인 쇼핑으로 식품을 택배로 받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드라이아이스 수요가 커져 원료 탄산의 주요 수급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수소를 제조할 때 국제유가 급등으로 나프타 대신 천연가스를 이용하면서 탄산의 발생량이 5분의 1로 줄어든 것도 큰 이유 중 하나다.

여름철에는 드라이아이스와 탄산음료 소비가 증가하면서 탄산의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가격도 급증하고 있다. 수도권 한 탄산제조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고압용기, 밸브 등 각종 원부자재 가격이 크게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코로나19 발생 이후 2년새에 탄산 가격은 2배이상 오른 상태이다.

국내 유수의 탄산제조업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내 탄산의 총 생산능력을 하루 2740톤으로 봤을 때 월 8만3000톤으로 추정했다. 원료탄산공급사의 잇따른 정비로 인해 탄산이 감소하는 양을 5월 2만4470톤, 6월 1만5430톤으로 예측했다.

심승일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탄산은 일상적인 국민생활은 물론 산업전반에서 매우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어서, 부족현상은 공급업체 뿐만 아니라 실수요자에게도 피해를 유발하게 되고, 결국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5~6월에 플랜트정비를 계획하고 있는 석유화학사들의 정비일정을 조정하고 유통배송업체는 드라이아이스를 얼음팩으로 대체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