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어디 좀 없을까요? 개발자 구하기도 요즘 하늘의 별따기인데…기업하기가 쉽지 않네요.”
지난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 목록에 이름을 올린 한 스타트업 인사담당자의 토로다. 이 인사의 말처럼 소위 잘나가는 스타트업은 요즘 국회 보좌관 출신 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 직방이 작년에 의원실 보좌관 출신을 영입한 데 이어 올 들어서는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법률 플랫폼 로톡의 로앤컴퍼니가 보좌관 출신을 채용했다. 온라인 쇼핑 서비스 마켓컬리의 컬리도 지난해 12월 국회 출신을 영입했다.
일단 ‘유니콘 기업’ 명단에 올랐다 싶으면 대관 전문가는 무조건 뽑아야 하는 필수 인력으로 거론된다. 업종은 상관없다. 핀테크 서비스 토스의 비바리퍼블리카와 중고 거래 플랫폼업체 당근마켓도 대관 인력 확대에 나섰다. 해외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다.
녹록지 않은 국내 기업 경영 환경 때문이다. 정치권은 스타트업을 옥죌 수 있는 규제 법안을 계속 발의하고 있다. 특히 플랫폼이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온라인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중개 사업자에 공동 책임을 지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무신사에서 어떤 판매자가 중고 ‘짝퉁’ 명품을 판매하다가 적발됐다면 무신사가◎ 그 피해를 배상해야 할 수도 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입점 업체에서 받는 수수료를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매출, 거래액, 이용자 수를 기준으로 규제 대상을 정하기 때문에 성장하는 스타트업은 언젠가는 전부 걸릴 규제”라고 했다. 핀테크·헬스케어·암호화폐·푸드테크 등 다른 분야에서도 국회의원들은 스타트업 규제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정치권의 ‘스타트업 길들이기’는 국정감사에서도 나타난다. 국정감사 기업인 증인에는 그동안 대기업 총수들이 단골처럼 채택됐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스타트업 대표들이 집중 타깃이 됐다. 지난해 안성우 직방 대표,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 배보찬 야놀자 대표 등이 국회에 참석했다. 당근마켓은 설립 7년 차에 벌써 두 번이나 증인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제품과 서비스 혁신도 벅찬데 정치권 눈치까지 봐야 한다”는 불만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