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아직도 '정치는 4류'

입력 2022-05-12 17:42
수정 2022-05-13 00:16
한 30년 전쯤 일로 기억한다. 지금은 고인이 된 우리나라의 유명 기업인이 ‘정치는 4류’라고 탄식하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일류의 반대 개념은 삼류라고 표현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 기업인은 얼마나 형편없다고 느꼈으면 4류라고 이야기했을까 하고 생각하니 지금도 기가 막힌다. 그땐 나도 정치권에 몸담고 있을 무렵인데 심한 자괴감을 느꼈고 참으로 부끄러웠다.

그런데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아무 변화가 없는 것이 정치권이다. 국회의 난장판을 막아보자고 국회선진화법까지 제정했지만,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위장 탈당, 합의 뒤집기, 쪼개기식 국회 운영…. 정정당당해야 할 의사당에서 꼼수가 판친다. 또 소위 청문회라는 모습은 어떤가. 정책 경쟁이 아니라 후안과 무치의 경쟁이다. 심지어는 그 민망스러운 의원들끼리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오죽하면 국회의원의 특권을 완전히 박탈하자는 ‘국특완박’이라는 말까지 나오겠나. 요즈음 돌아다니는 유튜브를 한 번 보라. 국민의 정치 혐오가 극에 달했다. 정치인이 심각히 생각해야 할 일이다.

사실 정치만 좀 달라지면 우리나라는 명실공히 일류 국가가 될 것이다. 1960년대 초반 1인당 국민소득은 70~80달러도 채 안 됐으나 자금은 3만달러를 넘는다. 지구상에는 200개가 넘는 나라가 있는데(유엔에 가입한 나라만 193개국) 이 중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유엔개발계획(UNDP) 등 공인된 국제기구가 공통으로 인정한 선진국은 31개국이다. 그중에서도 인구 1000만 명 이상으로 국민소득 3만달러가 넘는 나라로는 우리나라가 11위권에 들어간다고 한다. 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엄청난 일인가! 이것뿐만 아니다.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K팝이 세계를 제패하고 피겨의 여왕 김연아, 손흥민 선수의 축구, 한국 낭자들의 골프 등 예능 스포츠 문화 모든 면에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인도의 시성 타고르가 동방의 빛이라 한 한국이 이제 빛나기 시작하고 있다.

아무것도 없던 6·25전쟁 후의 허허벌판에서 기업인들을 비롯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제 분야에서 벽돌 한 장씩이라도 열심히 쌓아 올린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제 정치권도 좀 각성하고 달라지자. 소수당은 협조하고 다수당은 아량을 베푸는 그런 모습을 우리는 보고 싶다. 새 정부의 출범은 도와주고 잘 못할 때는 168석의 회초리로 사정없이 때려주는 그런 정치를 보고 싶다.

퇴계는 정치를 사(私)를 버리는 것이라고 했고 율곡은 성의를 다하는 일이라 했는데 오늘날의 정치인에게도 큰 울림을 주는 정치의 진수다.

아직 4류의 정치판에 한 번도 물들어 본 일이 없는 새 대통령의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우리 정치의 변화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