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토 가입하는 핀란드, 안보를 강대국 호의에 맡길 수는 없는 법

입력 2022-05-11 17:29
수정 2022-05-12 06:53
북유럽 중립국 핀란드가 미국 중심의 군사동맹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기로 했다. 국민의 76%가 지지한 가운데 대통령과 총리가 곧 최종 결정을 공표할 예정이다. 나토는 냉전 시대 소련의 안보동맹 바르샤바조약기구에 대응해 미국과 서유럽 진영이 결성한 집단안보체제다.

오랫동안 중립국 지위를 유지해온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기로 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고조된 안보위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1340㎞의 국경을 맞댄 핀란드가 “우리도 언제든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영토 방위에 관해서는 나토 가입 외에 대안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다.

그 이면에는 핀란드의 아픈 역사가 깔려 있다. 100년 이상 러시아제국의 지배를 받다 1917년 독립한 핀란드는 1939년 ‘겨울전쟁’ 등 두 차례나 소련의 침공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10만여 명이 죽고 국토의 12%를 잃었다. 패전 후 소련이 소멸한 1991년까지 내정간섭에 시달렸다. 소련의 심기를 건드리는 책과 영화 등은 모두 검열당했다. 강대국의 강압으로 주권이 심각하게 침해받는 이른바 ‘핀란드화(化)’의 굴욕을 견뎌야 했다.

소련 붕괴 후에도 러시아 눈치를 살피느라 나토 가입을 망설였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전쟁 때 혼자 남겨져선 안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생겼고 결국 나토라는 보호막을 선택하게 됐다. 나토의 동진(東進)을 막아야 하는 러시아 입장에서는 핀란드 때문에 나토와 맞대야 하는 국경이 2600㎞로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발트해에서 핵 공격 연습까지 감행하며 핀란드를 위협하고 있다.

국가 안보는 국민의 목숨과 직결되는 생존의 문제다. 핀란드로서는 나토만큼 든든한 안전장치가 따로 없다.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면 국권을 잃는 것보다 미국 중심의 동맹국들과 공동전선을 펼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러시아의 반발과 도발이 두렵겠지만, 단 1%의 침략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는 것이 안보다. 핀란드와 함께 중립을 고수해온 이웃 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추진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미 스웨덴 국민의 절반 이상이 찬성했다.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은 북한, 중국, 러시아에 포위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가 안보를 강대국 호의에 맡길 수는 없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