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기업들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신사업을 위해 UAM 이착륙장인 ‘버티포트’ 입지 찾기에 여념이 없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마트 지붕이나 복합시설 부지 활용 등을 검토하는 기업들이 있는데요. 이번엔 전국 곳곳에 있는 주유소를 활용하겠다는 기업이 나왔습니다. '4파전' 된 UAM 실증사업11일 LG유플러스는 GS칼텍스, 카카오모빌리티, 제주항공, 파블로항공, 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 등이 UAM 사업 컨소시엄을 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LG유플러스를 비롯해 LG 각 사가 함께 하는 컨소시엄이 될 전망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LG전자는 모터를 협력하는 식입니다. LG의 융복합 연구개발(R&D) 센터인 LG사이언스파크도 컨소시엄에 이름을 올렸는데요. LG사이언스파크는 그룹사간 신사업 조율 역할을 맡게 됩니다.
이 컨소시엄이 출사표를 내면서 국토교통부 등이 주도하는 'K-UAM' 실증사업에 도전하는 컨소시엄·사업자는 네 곳으로 늘었습니다. 현대차는 KT, 현대건설, 인천공항공사, 이지스자산운용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은 한화시스템, 티맵모빌리티, 한국공항공사, 한국교통연구원 등과 공동 사업을 벌이고 있고요. 롯데렌탈은 인천광역시와 UAM 사업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GS칼텍스 "주유소 지붕을 UAM 이착륙장으로"UAM 사업엔 통신·인프라·서비스·플랫폼 기업이 두루 필요합니다. 실물 측면에선 기체와 버티포트가 가장 중요한데요. LG UAM 컨소시엄에선 GS칼텍스가 버티포트 조성을 도맡기로 했습니다.
GS칼텍스는 버티포트 조성에 전국 곳곳의 주유소를 활용할 계획입니다. 주유소는 부지가 넓고, 캐노피(천장)이 일정한 경사로 높게 조성돼 있어 비행체가 이착륙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주유소 부지 전체를 캐노피가 다 덮고 있지 않는 것도 UAM 운영 안전성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일반 건물 지붕을 활용하는 경우에 비해 인근 건물과의 '안전 거리'를 확보할 수 있으니까요.
주유소를 활용하면 아예 새로운 인프라를 세울 때보다 시간과 비용도 덜 듭니다. 전기 충전 인프라가 있는 경우엔 이를 함께 쓸 수 있는 식이죠. GS칼텍스가 전국에 걸쳐 보유한 주유소 약 2600여개 중 일대 교통망이 풍부한 입지에 있는 주유소를 UAM 버티포트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필요 면적은 아직 들쭉날쭉주유소의 캐노피 면적이 버티포트 운용에 충분할지는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 일단 현재까지는 국토부 등이 지정한 표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UAM은 기체가 수직으로 이착륙하다보니 넓은 활주로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기존 대형 건물의 옥상이나 주차장 등에도 버티포트를 설치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각 기업이 버티포트를 두고 각양각색 구상을 하고 있는 것도 이때문입니다. 도시 곳곳에 널찍한 건물을 두고 있는 롯데마트 지붕을 버티포트로 활용한다는 롯데렌탈의 구상이 대표적입니다. 버티포트 위치에 따라 영화관인 롯데시네마를 비롯해 롯데마트·백화점·호텔 등에 매출·광고 효과를 추가로 낼 수도 있을 전망입니다.
독일 UAM 기체 제조사 볼로콥터는 자사 UAM 기체에 필요한 버티포트 ‘볼로포트’ 면적을 약 500㎡(150여평)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면적만 확보되면 기체 운용을 비롯해 배터리 충전, 기체 유지 보수 등을 모두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반면 현대자동차그룹이 세계 최초로 세운 버티포트는 그보다 규모가 큽니다. 현대차의 미국 UAM 법인 슈퍼널은 지난달 영국 코번트리에 버티포트 ‘에어원’을 열었는데요. 약 1580㎡(480여평) 규모로 원반 모양(방사형)으로 조성됐습니다.
첫 에어원 규모는 일단 볼로포트 에상 규모보다 세 배 이상 큽니다. 에어원은 승객용 UAM 이착륙장을 비롯해 물류용 드론 이착륙장, 승객 라운지, 카페, 소매점, 물류 허브, 전기 항공기 격납고, 보안심사대, 지휘통제실 등을 들였다는 설명입니다. 슈퍼널은 향후 5년간 한국, 미국, 독일, 호주 등 세계 주요 도시에 200여 개 에어원을 건설할 계획입니다.
UAM 버티포트는 '신 역세권'이 될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입지 선정을 위해 데이터 분석에 힘쓰고 있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으면서도 일대 동선을 효율적으로 짤 수 있어야 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버티포트 입지는 노선 운영 뿐 아니라 일대 부동산 경제에도 상당히 민감한 문제"라며 익명을 요구한 한 UAM 관련 기업 관계자는 "데이터를 뜯어보면 전혀 의외의 곳이 버티포트로 선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