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색이 짙어졌다고 판단할 경우 핵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미 정보 당국의 전망이 나왔다.
10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이날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패배 가능성을 보고 실존적 위협을 느낀다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사실상 전쟁에 개입하고 있거나 개입하려 한다고 판단할 경우에도 실존적 위협으로 느낄 수 있다”며 “푸틴 대통령은 미국 등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속 핵무기를 과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헤인스 국장은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를 사용하기 전 신호를 보낼 것으로 전망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이동발사대와 전략잠수함 전개 등을 포함해 핵무력을 과시할 수 있는 대규모 훈련을 실시할 수 있는 얘기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를 사용하기 전까지 긴장 고조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다”며 “지금까지 해왔던 것 이상으로 더 많은 신호를 보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멈추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영토를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헤인스 국장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흑해 연안을 전부 통제하기 위해 친러 분리주의 지역인 몰도바의 트란스니스트리아까지 점령하고 싶어한다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총동원령 없이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 하원은 이날 400억달러(약 51조원)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법안을 통과시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의회에 요청한 금액에서 70억달러를 증액했다. 우크라이나 경제 지원에 88억달러, 우크라이나군 무장 및 훈련에 60억달러 등을 배정했다. 이번 법안이 상원에서도 처리된다면 지난 3월에 이어 총 536억달러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것이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