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 한 채에 38억"…세번 유찰에도 보류지 가격 더 올린 래미안 리더스원

입력 2022-05-11 15:55
수정 2022-05-11 16:00


‘32억원(2021년 2월)→33억원(6월)→35억원(10월)→38억원(2022년 5월)’

2020년 말 입주한 서울 서초구 래미안 리더스원 아파트의 전용면적 114㎡짜리 보류지 매물은 3차례나 유찰됐다. 그런데도 최저입찰 기준액은 공고때마다 오르고 있다. 강남권에 새 아파트 공급가뭄이 장기화되자 유찰에도 불구하고 시세를 반영해 계속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일 서초우성1차재건축조합은 래미안 리더스원 보류지 2건(각 전용면적 114㎡)에 대해 18일까지 입찰 신청을 받는다고 공지했다. 두 물건 모두 최저입찰가격은 38억원으로 지난해 2월 처음 보류지 매각 때 32억원에 올라왔던 물건이다. 래미안 리더스원은 지하 3층~지상 최고 35층 12개 동, 1317가구 규모로 도보 10분 거리에 서울지하철 2호선·신분당선 강남역이 있다.

보류지는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조합원 수 등이 달라질 것에 대비해 일반에 분양하지 않고 남겨둔 물량이다. 조합은 전체 가구 가운데 1% 범위에서 보류지를 정할 수 있다. 만 19세 이상 또는 법인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최고가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라 청약통장도 필요 없다. 하지만 낙찰 후 6개월 안에 대출 없이 잔금까지 모두 치러야 해 사실상 자금 여력이 있는 ‘현금 부자들만의 리그’로 통한다.

리더스원 조합 관계자는 “지난 공고 때도 몇몇 매수 희망자가 입찰을 신청했지만 막판에 철회하면서 계속 유찰이 됐었다”고 전했다.거래가 계속 불발되는데도 입찰가를 계속 올린 것에 대해서는 시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조합 입장에서는 시세대로 제 값에 팔려서 조합원들이 낸 분담금을 일부라도 최대한 돌려주는 게 목표”라며 “팔리면 팔고 안팔리면 안팔리는대로 계속 둘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래미안 리더스원은 같은 면적에 보류지와 비슷한 층수(6층)가 지난해 9월 3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후 현재까지 이 면적대에서는 매매 거래가 없다.

서울 반포동 디에이치반포라클라스(삼호가든맨션3차)도 지난해 10월부터 4차례나 보류지 입찰공고를 냈다. 전용 84㎡ 보류지 3건의 기준입찰가는 33억원으로 첫 입찰 후 주인을 찾지 못해 3번 더 공고를 냈다. 그럼에도 기준입찰가를 내리지 않고 33억원을 유지했다. 이 물건은 4차 공고가 난 지난 1월에서야 겨우 주인을 찾았다.

김제경 투미 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보류지 물건은 보통 시세보다 싸게 내놓지만 미분양이 없어 재정적 부담이 없는 강남권 조합들은 서둘러 매각할 이유가 없는데 30억원이 넘는 현금을 한 번에 낼 수 있는 매수자도 드물어 거래가 쉽게 성사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