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본 코너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다양한 뒷이야기들을 풀어갈 예정이다. 스티브 잡스 이후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 역시 큰 탐구 대상이다. 신문 지상에서 풀지 못하는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리언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한다. 테슬라에 대한 신뢰가 종교적 수준이란 의미에서 ‘테슬람’(테슬라와 이슬람의 합성어)으로 불리는 이들이다.
“당신 아직도 테슬라에 5억달러(약 6300억원) 규모의 공매도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소?” [일론 머스크]
“유감이지만 아직 끝내지 않았네. 그것보단 자선사업에 대해 논의하고 싶네만…” [빌 게이츠]
(지난 4월 트위터에 공개된 머스크와 게이츠의 문자 메시지)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와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 실리콘밸리의 전·현직 전설이자 세계 최대 갑부들입니다. 이들이 문자 메시지로 충돌한 사건이 지난 4월 뒤늦게 언론에 알려지며 관심을 모았습니다.
머스크는 전기차·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의 선두 주자입니다. 게이츠는 세계 최대 사립 자선단체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재단을 운영하며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알리는 ‘환경 지킴이’로 활동 중입니다. 공통점이 더 많아 보이는 두 거물은 최근 몇 년 사이 어린아이처럼 티격태격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두 남자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잡스는 천재, 머스크는 엔지니어”갈등의 씨앗은 2020년 초 전 세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번지던 시기에 뿌려졌습니다. 당시 머스크는 “코로나 사망자가 과장됐으며 봉쇄령은 불필요하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그해 3월 캘리포니아주에서 테슬라 프리몬트 공장의 셧다운(폐쇄) 명령을 내린 데 대한 반발이었습니다. 이에 게이츠는 “잘 모르면 하던 일에나 집중하라”고 핀잔을 줍니다. 머스크도 “얼간이”라며 즉각 맞받아쳤습니다.
게이츠는 2020년 9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머스크를 제2의 스티브 잡스로 보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스티브는 디자인을 포함해 사람을 잡아끌고 마케팅을 하는 데 천재였고, 일론은 직접 부딪치고 실천하는 엔지니어라고 할 수 있다” 여기까진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그는 전기자동차에 대해서 “중요하지만, 상대적으로 쉬운 산업”이라며 “테슬라가 이익을 내는 문제는 투자자들의 관심사일 뿐 기후변화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테슬라의 성장과 녹색경제는 상관이 없다고 평가절하한 겁니다.
게이츠의 ‘테슬라 디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같은 달 자신의 블로그에 “전기차가 설사 배터리 기술에 큰 발전이 있어도 대형 화물차나 여객기와 같은 운송 수단의 대체재가 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적습니다. 이 지점에서 머스크가 결국 발끈합니다. 테슬라는 당시 주주총회 겸 ‘배터리 데이’라는 중요한 기술 행사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게이츠의 전기 트럭 발언을 묻는 트윗에 머스크는 “그는 전혀 아는 게 없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게이츠는 머스크의 로켓 회사 스페이스X에 대해서도 비판했습니다. 그는 작년 2월 뉴욕타임스 팟캐스트 ‘스웨이’에 출연, “우주여행이나 화성 탐사보다 백신과 기후변화에 돈을 쓰겠다”며 “테슬라가 기후변화에 공을 세운 건 맞지만 승용차같이 쉬운 분야”라고 비꼬았습니다. ◆ “일론보다 돈 적으면 비트코인 사지 마라”암호화폐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합니다. 머스크는 작년 초 “나는 비트코인 지지자”라며 테슬라가 15억달러(약 1조9100억원)어치의 비트코인을 매입했다고 밝힙니다. 이 같은 지지 발언에 힘입어 비트코인 가격은 두 달간 100% 넘게 폭등했습니다. 이에 게이츠는 “일론보다 돈이 적은 사람은 비트코인을 사지 않는 게 낫다”며 구매 열풍을 조장하는 듯한 머스크를 에둘러 비판했습니다. 게이츠는 채굴 과정에서 많은 전력을 소모하는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머스크 입장에선 흡사 선생님처럼 잔소리하는 게이츠가 얄미웠을 겁니다. 때문에 게이츠가 테슬라 주식을 공매도 했다는 소문을 듣고 문자로 따지듯 물었습니다. 공매도는 해당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면 수익을 내는 구조이니, 화가 났을 만도 합니다. 머스크는 이 대화 내용의 사실을 인정하면서 배가 불룩 튀어나온 게이츠 사진과 함께 비슷한 모양의 이모지를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어린아이처럼 조롱한 겁니다.
게이츠는 왜 머스크의 발언에 계속 딴죽을 거는 걸까요. 우선 갈수록 커지는 머스크의 영향력에 대한 견제로 볼 수 있습니다. 머스크는 테슬라 주가의 고공행진에 힘입어 2020년 11월 게이츠를 제치고 세계 부호 2위에 오릅니다. 그해 1월만 하더라도 그의 재산은 세계 35위였으니 짧은 기간에 막대한 부의 상승을 이룬 셈입니다.
작년 초엔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를 제치고 세계 1위 부자 타이틀마저 차지합니다. 게이츠 입장에선 ‘친환경 기업인’이라는 아이콘을 머스크에게 빼앗긴다는 불안감이 들었을 수 있습니다. 그는 전기차 기업에 투자하는 ‘쉬운 방법’으론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다는 생각이 확고합니다. ◆캘리포니아 ‘좌파’ vs 텍사스 ‘우파’일각에선 두 사람의 개인적·정치적 성향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갈등의 이유로 듭니다. 1990년~2000년대 정보화 혁명을 주도한 게이츠는 ‘실리콘밸리 모범생’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전 아내 멀린다와 이혼 및 불륜 폭로 사태로 실추되긴 했지만). 그는 MS의 경영에서 손 뗀 이후엔 자선사업과 환경운동에 힘을 쏟으며 정치적으로 진보적 성향을 띄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IT 업계가 전반적으로 리버럴 성향이 강한 것도 무관치 않을 겁니다. 실리콘밸리가 자리 잡은 캘리포니아주는 민주당 초강세 지역입니다.
반면, 머스크는 자유분방한 ‘괴짜 사업가’ 이미지가 다분합니다. 그런 그도 테슬라 사업 초기엔 미국 민주당 정치인들과 친분이 있는 듯 보였습니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가 전기차 육성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일부 보수 언론에선 전기차를 ‘오바마 자동차’라고 부르기까지 했습니다(찰스 모리스 《테슬라모터스》). 깐깐한 자동차 공해 규제를 한 캘리포니아주 대기자원위원회(CARB)를 두고 “좌파 환경단체가 장악했다”는 기존 자동차업체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던 시기였습니다.
그런 머스크도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2020년 이후 정부 규제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캘리포니아주 봉쇄령에 반발, 지난해 테슬라 본사를 실리콘밸리의 심장부인 팰로앨토에서 텍사스 오스틴으로 옮깁니다(세금을 깎아준 게 더 큰 이유이긴 합니다). 텍사스주는 보수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공화당의 ‘선거 텃밭’이기도 합니다. 머스크는 바이든 행정부와 노조 문제로 갈등을 빚기도 했습니다(테슬라엔 노조가 없습니다).
두 남자의 설전은 최근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까지 옮겨붙었습니다. 화해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머스크의 테슬라가 죽던지, 게이츠가 기후변화 대신 다른 관심사를 갖는 그날까지 말입니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