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사람)사이트(site·현장)'는 사람을 만나 듣고, 현장을 방문해 직접 본 내용을 토대로 작성합니다.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이야기를 제보해주세요. 직접 듣고 보고 확인해 업계 얘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 회사원 손아름 씨(33)는 매년 여름마다 인기를 끌고 있다는 애플망고빙수를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었다. 손씨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호텔에서 빙수를 먹으려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고 들었다"며 "유행이라고 하니 먹어보고는 싶은데 예약하기가 쉽지 않아 레시피를 찾아 만들어 봤다"고 말했다. 이어 "호텔에서 판매하는 빙수와 맛이 비슷할지는 모르겠지만 직접 만든 빙수 사진을 SNS에 올렸더니 반응도 뜨거웠다"고 흐뭇해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제품을 만들어 즐기는 모디슈머(Modify+Conusmer)가 많아지고 있다. 주로 고급 디저트, 명품 가방 등 자주 소비하기 쉽지 않은 물건들이 모디슈머의 재창조 대상이다. 시중 판매 가격에 비해 합리적으로 물건을 소비할 수 있는데다, 물건을 만드는 과정에서 소비자가 자신의 창의성을 뽐내고 재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며 빙수는 모디슈머의 소비대상이 됐다. 유튜브에는 '집에서 만든 신라호텔 망고빙수' '5성급 호텔 능가하는 망고빙수 레시피' 등의 제목으로 관련 레시피를 소개하는 영상이 다수 올라와 있다. 이 가운데 인기 영상은 조회 수 9만 건을 훌쩍 넘겼다. 서울 신라호텔 역시 이달 초 공식 멤버십 SNS 계정을 통해 자사 애플망고빙수 만드는 과정을 소개하기도 했다.
신라호텔 SNS에 소개된 영상대로 애플망고빙수를 만들었다는 박수현 씨(29)는 "빙수를 만드는데 재료값이 3만원 들었다"며 "신라호텔의 빙수 가격은 8만3000원인데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이 훨씬 가성비(가격대비성능)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도 가격이지만 만드는 과정이 재밌었고 빙수 사진을 SNS에 공유하니 사람들이 내 손재주에 감탄하더라"고 덧붙였다.
명품 쇼핑백을 활용한 리폼 가방 역시 모디슈머의 집중 타깃이다. 이 리폼 가방은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 종이 쇼핑백에 폴리염화비닐(PVC)을 덧대 내구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제작한 가방이다. 온라인 오픈마켓은 PVC 비닐, 가죽, 가방 손잡이 드라이버, 나사 등이 포함된 PVC 가방 DIY 키트를 2만~3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브랜드 쇼핑백 역시 당근마켓에서 1만원 안팎에 구매할 수 있다.
PVC를 덧대 만든 리폼 가방을 6개월째 들고 다니는 김주아 씨(37)는 "'명품도 아닌 명품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며 "하지만 가품을 들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내 개성이 들어간 창작물인 만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일부 소비자는 고급 빙수를 먹고 명품 가방을 사면서 자신의 재력을 과시할 수 있지만 모디슈머들은 자신이 직접 만든 물건을 통해 본인의 창의성과 개성을 과시하며 재미를 느낀다"며 "이들은 DIY·리폼 제품을 통해 '고가 제품의 대체재'를 소비하는 것이 아닌 이 자체로서의 문화를 소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