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116억달러(약 14조8000억원)에 편두통 치료제 개발사인 바이오헤이븐을 인수한다. 화이자는 2016년 항암제 개발사 메디베이션을 15조원에 사들인 뒤 5년 만에 다시 ‘빅딜’을 성사시켰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화이자는 10일 바이오헤이븐의 이사진을 만난 뒤 만장일치로 인수합병(M&A)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바이오헤이븐은 편두통 치료제 후보물질인 리메게판트를 개발한 제약사다. 블라드 코릭 바이오헤이븐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화이자와 손잡고 편두통 신약 개발의 속도를 높이고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신경계 질환 치료제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의 계약 조건에 따르면 화이자는 이번 거래에서 116억달러를 현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화이자는 미소유 지분을 주당 148.5달러에 전량 현금으로 매수할 방침이다. 주당 83달러(9일 종가)에 83%가량의 프리미엄을 얹어 바이오헤이븐을 인수하는 셈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일찌감치 화이자가 바이오헤이븐을 인수할 것으로 내다봤다. 화이자가 인수에 앞서 정지작업을 지속해왔기 때문이다. 화이자는 2021년 11월 바이오헤이븐 지분 2.6%를 3억5000만달러(약 4466억원)에 확보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바이오헤이븐의 주력 신경증 치료제인 너텍ODT 판매권(미국 제외)을 12억달러(약 1조5000억원)에 사들였다.
바이오헤이븐이 개발한 치료물질이 세계 각국에서 판매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자 기업을 통째로 인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오헤이븐이 개발한 편두통 치료 물질 리메게판트는 지난 2월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판매 승인을 권고하는 ‘긍정적 의견’을 받았고, 같은 달 이뤄진 아시아·태평양 임상 3상에서는 1차 지표를 충족하는 결과를 이끌어 냈다. 지난달에는 유럽집행위원회(EC)로부터 편두통 치료제 바이두라(성분명 리메게판트)의 판매를 승인받았다.
닉 라구노비치 화이자 글로벌사장은 “이번 인수를 통해 복잡한 통증에 시달리는 환자를 위한 신약 개발의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