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여기가 대통령 살던 곳이야"…靑, 74년만에 문 활짝 열었다

입력 2022-05-10 17:29
수정 2022-05-11 00:21

제20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10일 오전 11시 경복궁 신무문 건너편 청와대 정문 앞. 74년 만의 청와대 개방을 축하하는 사물북 전통 공연이 펼쳐지자 관람객들의 웅성거림이 한층 커졌다. 정문 옆 왼쪽 인도로 길게 늘어진 화단은 일찍부터 자리를 잡은 시민들로 빈 곳이 없었다. 밴드 공연 후에는 지역민 연합 농악회의 풍물패 공연이 이어졌다. 농악회가 앞쪽으로 이동하자 일부 시민이 인파를 비집고 정문 쪽으로 진출을 시도하면서 작은 소란이 일었다. 도로 끝 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공연단과 시민들이 뒤엉킨 것이다. 행사 관계자들은 “양 끝 노란 선을 넘어가면 안 된다. 풀숲 안에 서서 대기해 달라”며 이들을 다급히 제지했다.


오전 11시 38분. 윤 대통령의 취임사가 끝나자 개문 신호와 함께 청와대 문이 열렸다. 매화꽃을 손에 든 지역 주민·외국인·학생 등 국민대표 74명을 필두로 사전 관람 신청에 당첨된 시민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정문 안으로 몰려 들어갔다. 또 다른 입구 영빈문·춘추문도 동시에 열렸다. 국민대표로 입장한 한 시민은 “드디어 문이 열린다는 생각에 벅찼다”며 “대통령이 살던 청와대가 시민들에게 개방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날 개문과 동시에 입장한 첫 번째 관람팀은 모두 6500명. 문화재청 현장 관계자는 “이 정도 인파면 최대 수용 인원을 넘어선 수준”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 낮 12시부터 폐장 시간인 오후 8시까지 총 2만6000여 명의 시민을 경내로 초청했다.

2006년 이후 일부 구간만 입장을 허용했던 청와대 동쪽 춘추관 인근 북악산 등산로도 전면 개방됐다.

경내 입장 직후엔 사진 촬영을 위한 자리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기념사진을 찍던 박모씨(42)는 “본관 건물이 웅장하고 깔끔하다”며 “영빈관과 관저 건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본관 앞 대정원 바깥 잔디와 계단도 전통 궁중문화 공연을 구경하려는 인파로 가득했다. 정문과 영빈관을 넘어 관저와 춘추관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줄지어 이동하는 시민들로 인해 통행이 지체됐다. 관저 출입문 앞 잔디밭에는 돗자리를 깔고 앉아 간식을 먹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주변 상권도 들썩이는 분위기다. 개방에 앞서 만난 인근 카페 주인은 “이만한 관광상품이 있겠냐”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정부는 이달 22일까지 주 5일(일·월 제외)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하루 최대 3만9000명의 관람객에게 청와대를 개방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청와대 인근 주요 6개 역사를 순환하는 시내버스 1개 노선(01번)을 신설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그동안 보안을 이유로 산으로만 표시해온 청와대 지도를 이날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