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보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풀어 주택공급 늘려야"

입력 2022-05-10 17:14
수정 2022-05-11 01:17
전문가들은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을 새 정부의 최우선 부동산 정책으로 꼽았다. 신도시 등의 공공택지 개발을 통한 기존 방식보다 실수요가 강한 도심 내 개발이 공급 속도와 시장 안정화에 효율적이라는 진단이다. 민간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분양가 상한제의 합리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특히 전문가들은 단기적 집값 상승을 감내하는 속도감 있는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한국경제신문이 10일 교수, 건설사 임원, 부동산 개발업체 최고경영자(CEO) 등 총 77명의 부동산 전문가를 대상으로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45.5%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 민간 정비 사업 활성화’를 들었다. ‘공공택지와 3기 신도시 사업 지속 추진’이라고 답한 참여자는 26%에 그쳤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실거주자들의 수요가 집중되는 서울 주요 도심 공급 물량은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간 의도적으로 배제해 온 민간 주도의 공급 채널을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 주도의 정비 사업 활성화를 위해선 분양가 상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응답이 59.7%로 가장 많았다. 초과이익환수제 부과세율 인하(19.5%), 안전진단 기준 완화(15.6%)가 뒤를 이었다.

새 정부가 가장 먼저 손봐야 할 규제로는 대출 규제가 꼽혔다. 설문 참여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41.6%가 대출 규제를 부동산 시장 위축과 비정상화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다음으로 27.3%가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신고제)이라고 답했다.

새 정부는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가구에 한해 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을 8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보다 상향 조정 폭이 10~20%포인트에 그치는 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는 보류해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단기적인 집값 상승을 무릅쓰고 규제 완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새 정부 출범 초기에 왜곡된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지 않으면 임기 내 부동산 시장 곳곳에 있는 규제를 제거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설문 참여자의 31.2%가 ‘규제 완화 추진으로 단기적인 집값이 상승하는 상황을 감내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새 정부 출범 초기에 시장을 정상화하지 않으면 규제 완화는 요원해진다’는 답변이 22.1%를 차지했다. 전문가 2명 중 1명꼴로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새 정부 일각의 속도 조절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반응을 보면서 규제 완화 시점을 기다리다간 새 정부 임기 동안에도 왜곡된 부동산 시장을 바로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진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정책연구실장은 “일시적인 시장 충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국민에게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고 매년 공급 물량을 늘리는 등의 청사진을 제시하면 결국 시장의 불안감은 잠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이혜인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