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모주에 투자했다면 돈을 잃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모주 투자로 대부분은 짭짤한 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기업공개(IPO)에 나섰던 기업들 22개사 중 9개사만이 공모가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공모가 대비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종목으론 오토앤·유일로보틱스·아셈스·포바이포·공구우먼 등이 꼽힌다. 공모가 대비 75~146%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만약 이들 종목에 투자했다면 원금 대비 2배 넘는 수익을 챙겼을 것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상장한 기업은 22개사(코넥스·기업인수목적회사 제외)로 집계됐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고 모두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전날 종가를 기준으로 이들 새내기주들의 공모가 대비 평균 수익률은 21.3%로 나타났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12.7%, 17.1% 급락한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셈이다.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선 메타버스·로봇·플랫폼 업종이 주목을 받았다. 지난 1월 상장한 오토앤과 3월 코스닥에 입성한 유일로보틱스의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각각 146.2%, 97.5%로 공모주 종목 가운데 1, 2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아셈스(75.6%), 포바이포(67.9%), 공구우먼(67.3%), 비엔씨(65.0%), LG에너지솔루션(31.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모아데이타(-38.3%), 나래나노텍(-34.3%), 노을(-33.1%), 애드바이오텍(-25.9%) 등 9개사는 공모가를 하회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수요예측' 알고보니 선행지표?…저평가 공모주 노려라공모시장이 침체될 것이란 우려와 달리 여전히 높은 수익률을 내는 새내기 종목들은 많았다. 올해만 해도 13개사가 현재 공모가를 웃돌고 있다. 시장에선 예비 상장사들의 수요예측만 잘 봐도 투자손실은 회피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올해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살펴보면, 수요예측 결과가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오토앤(1713대 1)·유일로보틱스(1756대 1)·아셈스(1618대 1)·포바이포(1846 대 1) 등이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다만 수요예측 결과가 높다고, 수익률이 무조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공모가 대비 67.3%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인 공구우먼은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공구우먼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57대 1에 불과했다. 공모가도 희망범위(2만6000~3만1000원) 하단보다 23% 낮은 2만원으로 확정됐다.
공구우먼은 2000년 초반에 설립된 플러스 사이즈(빅 사이즈) 여성 패션 전문 기업이다. 회사명에는 0~9까지 모든 사이즈의 여성들이 체형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원하는 패션 아이템을 선정할 수 있는 브랜드 스토리가 담겨있다.
업계에선 평판도 좋은 회사다. 차별화된 소비층을 통해 지속적으로 수요가 발생하고 있으며, 현재 온라인몰 회원 수만 43만명이 넘기 때문이다. 또 소비자들의 재구매율도 60% 이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공구우먼의 작년 매출액은 전년보다 44.7% 증가한 473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1.9% 급증한 103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매년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투자업계에선 수요예측에서 실패한 저평가된 공모주를 노려보는 것도 나름의 투자전략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부 전문가들은 공구우먼과 관련해 수요예측 실패와 공모가 하단 결정이, 결국 수익률 높이는 데 주된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공모주를 투자하기에 앞서 시장의 유동성, 기업 실적, 관련 산업군의 업황까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면서 "요즘 같이 증시가 좋지 못할 때는 개별 공모주별 공모가, 실적, 산업군 등이 주가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라고 말했다. 상장 한달 만에 '게임 끝'?…올해 공모시장 살펴보니상장 첫날 시초가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공모가를 밑돌고 있는 9개사 가운데 7개사는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낮았다. 시초가는 공모가의 2배까지 형성될 수 있지만, 매수자가 없으면 공모보다 낮게 결정될 수 있다.
올해 상장한 22개사의 상장 첫날 시초가 수익률은 평균 48.9%로 집계됐다.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낮게 형성된 종목으론 모아데이타(-10%), 스톤브릿지벤처(-10%), 바이오에프디엔씨(-10%), 나래나노텍(-10%) 등 7개사로 나타났다.
공모주를 받아서 시초가에 내다 판 투자자보다 상장일 종가에 매도한 투자자가 좀더 높은 이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22개사의 상장일 종가 기준 평균 수익률은 51.1%로 조사됐다. 시초가 수익률보다 2.2%포인트 높다.
21개사(포바이포 제외)의 상장 1개월 기준 평균 수익률은 27.2%이었다. 이때 공모가를 밑돈 종목은 9개사로, 지금까지도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연초 오토앤을 시작으로 케이옥션, LG에너지솔루션 등 8개사가 상장한 지 석 달이 지났다. 이들 종목의 공모가 대비 3개월 기준 평균 수익률은 52.9%로 집계됐다.
IPO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공모시장에선 시초가가 부진했던 종목이 갈수록 주가가 내리는 경향을 보였다"면서 "시초가보단 상장 첫날 종가에 주식을 파는 것이 평균 수익률이 높았고, 상장한 지 한달 만에 옥석이 가려졌다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