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23개월째 흑자 '불안한 행진'…4월엔 적자 가능성도

입력 2022-05-10 10:51
수정 2022-05-10 10:56

한국의 3월 경상수지가 67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3개월째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흑자 폭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억7000만달러 줄어들었다. 4월에는 일시적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3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3월 경상수지는 67억3000만달러 흑자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흑자 폭은 7억7000만달러 감소했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는 53억1000만달러 흑자로, 흑자 폭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억4000만달러 줄었다.

수출은 이 기간 93억5000만달러 늘어난 645억1000만달러였다. 석유제품,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수출 호조가 이어지면서 17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품목별로는 △석유제품 88.8% △반도체 36.9% △철강 제품 22.1% △화공품 20.1% 등이 대폭 늘어났다.

수입은 592억달러로, 지난해 3월보다 118억8000만달러 늘었다. 원자재 수입이 이 기간 52.3% 급증했다. 원유 도입단가가 배럴당 97.4달러로 지난해 3월(63.0달러)에 비해 54.6% 증가한 영향이 컸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수입이 그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상품수지 흑자 폭이 축소됐다"며 "수입이 급증한 이유는 주로 원자재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수지는 지난해 3월 11억 달러 적자에서 올해 3월 3억6000만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운송수지가 15억5000만달러의 흑자를 내며 전년 동월 대비 흑자 폭이 9억7000만달러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수출 화물 운임이 높은 수준을 기인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 기업의 배당금 지급이 늘어나면서 본원소득수지(11억5000만달러 흑자)의 흑자 폭은 이 기간 1억4000만달러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 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은 53억7000만달러의 순자산 증가를 기록했다. 직접투자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91억1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28억4000만달러 늘어났다. 증권투자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65억8000만달러 늘었다. 지난 2020년 4월 이후 24개월 연속 증가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22억7000만달러 감소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로 이들의 국내 주식투자는 감소 폭이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채권투자 역시 증가 폭이 축소됐다.

황 국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 주요국 성장세 둔화, 공급 차질 등의 위험 요인이 있지만, 수출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에 흑자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4월의 경우 일시적으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황 국장은 "통관기준 수출입 실적과 상품수지의 차이, 내국인의 해외주식투자 잔액이 많아 이들에 대한 배당도 늘어난다는 점, 서비스 운송수지 개선 등 변수가 많아 4월 적자나 흑자 여부를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면서도 "지난달 통관기준으로 무역 적자(26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12월 결산법인의 배당도 4월에 몰려 있어 일시적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