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REITs·부동산 투자회사) 수익률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미국발(發) 금리 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시장이 침체에 빠진 가운데서도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안정적인 배당에 물가 상승 압력을 헤지(위험 회피)하는 효과까지 있는 게 인기를 끄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최근 조정받았지만 전문가들은 리츠의 장기 투자 매력이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 불안 속 신고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월 한 달(4월 1~29일) 동안 국내에 상장된 19개 리츠의 평균 수익률은 5.87%로 나타났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2.27% 빠진 것을 고려하면 리츠 수익률이 시장을 크게 웃돈 셈이다.
지난 3월 말 신규 상장한 코람코더원리츠는 4월 수익률이 13.86%로 가장 높았다. 5260원에서 시작해 지난달 28일 6730원까지 치솟았다. 코람코에너지리츠가 11.80%로 그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신한서부티엔디리츠(11.24%), SK리츠(11.49%) 이지스레지던스리츠(9.85%), 이리츠코크렙(8.65%) 등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지스레지던스리츠와 이리츠코크렙, 코람코더원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등은 지난달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다만 지난 4월 28일~5월 4일 사이 전체 리츠 평균 수익률은 -3.0%를 기록해 조정받았다.
리츠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뒤 임대수익과 시세 차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상품이다.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시세 변동 폭은 크지 않은 게 특징이다. 국내 증시가 부진하면서 안정적인 리츠에 돈이 몰리자 수익률도 크게 상승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 역시 리츠 상승세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리츠는 실물 자산(부동산)을 기초로 하고 물가 상승분을 임대료에 전가할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은 부동산 담보대출 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금리 인상이 리츠에 부정적인 요소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 상업용 부동산은 차입금을 고정금리로 조달하는 경우가 많아 금리 변동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고 분석한다.
장승우 대신증권 연구원은 “향후 부동산을 대대적으로 편입하려는 리츠는 금리에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현재까지는 금리 인상에 따른 차입 비용 상승 영향이 구체화하기엔 이른 시점”이라며 “리츠를 운영하는 실질 주체인 자산관리회사들의 자금조달 능력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텔·마트 리츠 주목한국의 부동산 임대료 구조가 해외에 비해 안정적인 게 리츠에 투자자가 몰리는 이유 중 하나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상가는 점포 매출의 일정 비율을 임대료로 내는 방식이 최근 들어 정착하고 있다. 이 경우 해당 리츠가 어떤 분야에 투자했는지에 따라 리츠 수익률이 갈릴 수 있다.
배상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데이터센터를 기초자산으로 한 리츠의 경우 기술주 하락 영향으로 수익률이 떨어졌다”며 “한국의 상가 부동산은 장기 임대 방식이 많고 안정적으로 임대료가 들어오는 구조”라고 했다.
국내에서는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호텔 백화점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리츠가 유망 종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한서부티엔디리츠는 호텔(그랜드머큐어호텔)과 복합쇼핑몰(인천 스퀘어원)을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마트, 백화점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롯데리츠 역시 수혜주로 꼽힌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