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대통령 취임식

입력 2022-05-09 17:36
수정 2022-05-10 00:14
오늘은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날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인 오전 11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에서 하차해 시민들 환호에 답하며 연단까지 180m를 걷는다. 취임 선서와 취임사도 단상에서 내려와 별도 설치된 돌출무대에서 한다. 통상 청와대까지 벌였던 카퍼레이드는 하지 않는다.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며, 국민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권력을 행사할 때는 잘 지켜지지 않았지만, 취임식만은 탈권위 흐름이 뚜렷한 게 한국 정치의 특징이다. 대통령 간접선거에 따른 ‘체육관 선거·취임식’은 1972년 박정희 대통령 취임 때부터 1981년 전두환 대통령 취임까지 이어졌다. 이를 다시 국회 앞마당으로 돌려놓은 것은 노태우 대통령의 공(功)이다. 하지만 1993년 김영삼 대통령 취임식 때까지 단상에는 소수의 귀빈만 올랐다. 지붕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랬던 게 온 사방으로 뚫린 돌출무대에서 대통령 선서를 하는 시대까지 온 것이다.

전직 대통령에 비해 과다하다고 보기 힘든 취임식 비용 33억원을 가지고 호화 논란을 벌인 것은 다소 아쉽다.미국 대통령 취임식의 화려함과 비교하면 한국은 소박한 수준이다. 미국 대통령 취임 행사는 총 3일에 걸쳐 열린다. 선서식만 국비로 치르고, 나머지 무도회 등 행사 비용은 기부금, 입장권 판매 수입으로 마련한다. 놀라운 것은 금액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엔 2억달러가 들었다. 의회의사당에서 백악관에 이르는 2.7㎞ 구간의 카퍼레이드를 보려고 미국 전역의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땐 인파가 사상 최대인 180만 명을 기록했다.

왕이 있는 내각책임제 나라에선 총리 취임식이 간소하다. 영국에선 퇴임하는 총리가 의회에서 신임 총리를 언급한 뒤, 버킹엄궁의 왕을 알현해 사임 의사를 밝히고 새 총리를 추천한다. 왕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새 총리는 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로 이동해 취임 연설을 한다. 이게 전부다. 일본도 비슷하다. 외교사절을 위한 별도 행사도 없다.

5월 10일 열리는 대통령 취임식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대선 투표일 하루 뒤 취임한 문 전 대통령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약식으로 취임식을 치렀다. 4만 명의 초청 인사들이 어우러져 국회 앞마당에서 다시 열리는 취임식이 온전한 국민 축제가 되기를 바란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