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서울교육감 선거의 후보 등록 마감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보수진영 단일화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조영달 예비후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전혁·박선영·이주호 후보가 ‘3자 단일화’에 합의했지만, 조영달 후보가 불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4년 전처럼 진보진영 조희연 현 교육감에게 패배하는 것 아니냐는 보수 교육계의 우려가 나온다. 조 교육감은 보수 분열에 힘입어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4년 전 단일화 실패 악몽 반복되나9일 조전혁·박선영 예비후보 캠프 등에 따르면 전날 두 후보는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 앞에서 단식 투쟁 중이던 이주호 후보와 단일화에 합의한 뒤 실무협의에 들어갔다. 이들은 “좌파 교육감으로 8년간 일그러진 서울교육을 바로 잡기 위해 중도보수 단일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재단일화 합의문을 발표했다. 단일화를 촉구하며 6일부터 단식에 나섰던 이주호 후보는 3자 단일화를 이끌어낸 뒤 즉시 사퇴했다.
당초 단일화 조건으로 여론조사 100% 방식을 고수해왔던 박선영 후보는 “현실적으로 시간이 너무 없다”며 “조전혁 후보와 협의해 이른 시일 내에 알려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수도권교육감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교추협)’를 통해 1차 단일화 후보로 뽑혔던 조전혁 후보도 “온전한 단일화에 대한 시민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며 이주호 후보의 재단일화 제안에 응했다.
하지만 조영달 예비후보 측은 박선영·조전혁 후보가 먼저 단일화하면 그 후보와 단일화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영달 예비후보는 3자 단일화 합의에 대해 “정치꾼의 진흙탕 싸움”이라고 비난하며 “교육교육감(자신) 대 정치교육감 대결로 단일화하겠다”고 주장했다.
교육감 선거는 지방선거와 함께 치르기 때문에 후보가 누구인지, 어떤 공약을 내놨는지 모른 채 투표장에 가는 경우가 많아 대표적인 ‘깜깜이 선거’로 불린다. 이 때문에 단일화에 실패하면 표 분산으로 ‘필패(必敗)’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조영달 후보는 2018년 서울교육감 선거에서도 단일화를 거부해 조희연 교육감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줬다. 당시 박선영 후보 36.2%, 조영달 후보 17.3%로 중도·보수 후보 득표율이 절반을 넘었지만 진보 단일 후보인 조희연 후보(46.6%)에게 패배했다. 박선영 후보는 “당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초강세가 나타났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단일화 실패도 분명한 패배의 원인”이라고 했다. 조희연은 벌써 유세전 돌입교육계에선 보수 후보들의 단일화 데드라인이 길어야 2~3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본 후보 등록은 12~13일, 투표용지 인쇄는 16일부터라서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3선 출마를 선언하고 지난 5일부터 서울시내 곳곳을 돌며 본격적인 유세를 시작했다. 진보진영에서는 강신만, 최보선 예비후보가 나섰지만 조 교육감의 인지도가 높아 단일화되지 않더라도 표가 크게 갈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 교육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앞서가고 있다. 한 매체가 지난 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 교육감은 후보 적합도에서 28.4%를 얻어 조전혁(17.7%), 박선영(13.1%), 조영달(6.3%) 등 다른 후보들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 보수 단일화를 가정한 양자 대결에서도 모든 후보를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 교육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의 이재곤 정책본부장은 “전국의 보수 후보들이 학력 저하 등 지난 8년간 좌파 교육감들이 망쳐놓은 교육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 합의를 마쳤는데 가장 중요한 서울만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영달 후보는 간 보기를 그만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