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산업은 기득권이 확고한 항공산업과 달리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9일 만난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사진)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항공산업은 2차 세계대전 승전국 기업들이 구축해 놓은 감항인증(항공기 부품 적합성 인증) 장벽을 뚫을 방법이 없어 핵심 기술 개발이 쉽지 않다”며 “항공산업 블루오션인 ‘도심항공모빌리티(UAM)’에 주목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맥락에서 경남 사천에 들어설 우주 전담부처 명칭이 ‘항공우주청’보다는 ‘우주청’이 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화에어로는 한화그룹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은 우주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엔진을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개발한 주역이다.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 등 알짜 방위산업체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엔 중소형 위성 전문기업 쎄트렉아이 지분을 30% 인수했다. 중대형 위성과 유도무기를 개발해온 한화시스템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8월 글로벌 통신위성 제조기업 원웹의 지분 8.8%를 3464억원에 사들이면서 ‘우주 인터넷’ 사업의 발판도 마련했다.
한화에어로는 내년부터 네 차례 예정된 누리호 후속 발사 사업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신 대표는 “누리호의 연료·산화제 탱크, 에비오닉스 등 전자장비, 센서 등 설계 기술은 모두 항공우주연구원이 보유하고 있고 기업은 주로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며 “차세대 발사체 사업은 기본설계 단계부터 기업이 참여해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달 탐사선 자력 발사 등에 사용될 차세대 발사체는 100t 엔진 5기를 묶은 1단, 10t 엔진 2기를 묶은 2단으로 구성된다. 누리호보다 고성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1조9330억원 규모 차세대 발사체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한화그룹에 입사한 뒤 한화 경영전략실장, 한화테크윈 대표, 한화파워 대표 등을 지냈다. 지난해 5월엔 KAIST와 저궤도 위성 간 통신(ISL) 기술 등을 개발할 우주연구센터를 공동 설립하고 우주경제 관련 핵심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스페이스허브는 영국 위성통신 안테나 기업 페이저솔루션을 인수해 한화페이저를 설립했고, 역시 위성 안테나 업체 미국 카이메타에 투자해 한국 시장 독점 판권을 확보했다. 해외 선진 기업과 지분 교환 등 전략적 협력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신 대표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들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의 현실 인식은 냉정했다. ‘뉴 스페이스’란 용어는 아직 국내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했다. 그는 “2013년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는 사실상 우리 기술이 아니었고, 지난해 10월 누리호 시험 발사를 처음 해봤을 뿐”이라며 “다음달 누리호 2차 발사와 후속 발사를 성공시켜 세계 일곱 번째 우주 강국으로 올라서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