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 69m/s 빨라지는 로켓입니다. 중력 가속도의 7배에 달합니다. 고도 100㎞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충북 청주시 강내면에 있는 우주 발사체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의 연소 시뮬레이션 현장. 우주로 향할 ‘하이브리드 로켓’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민간 기업의 힘으로 개발되고 있다. 남색 작업복과 흰색 안전모를 쓴 엔지니어들이 조립 설비인 ‘지그(zig)’ 위에서 분주히 움직였다. 검은 원통(추진체) 내부에 적재된 추진 연료를 독자적으로 배합하는 기술이 이노스페이스의 자부심이다. 정훈 이노스페이스 항공우주연구소장은 “고체 연료와 액체 산화제의 장점을 합쳐 폭발 가능성이 없고 가성비가 뛰어난 로켓”이라며 “일부 전자장치를 제외하면 추진체를 전부 토종 기술로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우주 시장 조사기관 유로컨설트에 따르면 글로벌 소형위성 발사시장 규모는 2030년 191억달러(약 24조3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이노스페이스 같은 스타트업들의 ‘혈투’가 예상된다. 대기업보다 빠른 의사 결정 구조와 기술력으로 무장한 100여 개 스타트업이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우주업계 관계자는 “지금 위성 발사를 신청해도 대기 시간이 2년에 달할 정도로 발사체 기업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고 했다. 2~3년 안에 승자 독식 시대 열릴 것
이노스페이스가 준비하는 것은 소형 시험용 로켓 ‘한빛 TLV’의 준궤도 시험 발사다. 누구도 섣불리 나서지 못한 시장에서 2017년부터 고군분투해온 이 기업은 올 12월 첫 실전 발사에 나선다. 성공한다면 민간 기업으로선 ‘국내 최초’ 기록을 쓰게 된다.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는 “500㎏~1t급 중대형 위성 발사는 국가 주도 프로젝트가 많지만, 소형위성 발사는 비교적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며 “10년을 투자해도 뚜렷한 성과를 보기 힘들어 단기 성과를 내야 하는 대기업이 시도하기 쉽지 않은 분야”라고 했다. 스타트업이 날개를 펼 수 있는 최적 분야란 얘기다.
글로벌 시장에선 100여 개 스타트업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만 궤도 비행을 넘어 완전한 상업 발사가 가능한 업체는 로켓랩, 버진오빗, 아스트라 등 5개 내외에 불과하다. 대부분 업체가 2024년까지 정식 발사를 끝내 기술력을 입증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사체 스타트업의 기술력 평가는 엔진 시험, 100㎞ 이하 준궤도 비행, 100㎞ 이상 궤도 비행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엔진 시험은 40여 개 업체가 하고 있다. 준궤도 비행에 성공한 업체는 10개 정도다. 중국의 아이스페이스, 갤럭틱에너지를 비롯해 미국의 파이어플라이, 렐러티비티스페이스 등이 지난해부터 두각을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발사체 시장은 선점 기업이 독식하는 구조여서 2~3년 안에 진입 통로가 닫혀버릴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성공하는 소수 업체는 큰 수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 개정해 ‘발사체 정의’ 바꾼다우주 공간에 발사체를 보낼 땐 어떤 국가든 정부의 인허가가 필수적이다. 이노스페이스, KAIST 창업기업인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등 토종 스타트업이 잇따라 발사 시험 계획을 내놓자 관계 부처가 분주해진 모습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발사체 스타트업의 약진을 고려해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준궤도 발사체’ 정의를 포함해 100㎏ 이하 위성 발사 시 필요한 내용을 추가할 예정이다. 법 개정안은 지난달 국회 상임위 심사를 거쳤다.
민간 발사체 기업 생태계가 조성되면 소형위성 분야와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KAIST 인공위성연구소는 최근 전천후 관측 레이더(SAR) 위성인 차세대소형위성 2호에 들어가는 리튬 전지와 태양광 패널 등 부품 국산화에 성공했다. 대전에 있는 중소기업 세 곳이 참여했다. 권세진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항공우주연구원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동맥이라면 기업은 모세혈관과 같다”며 “민간 투자를 확대하고, 언제든 우리 발사체로 위성을 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