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남 교수 "학생들 '수포자' 아닌 '수호자'로 만들 것"

입력 2022-05-09 18:10
수정 2022-05-10 13:32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가 아니라 ‘수호자(수학을 좋아하는 자)’란 말을 유행시키고 싶어요.”

권오남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사진)는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교육 연구자로서 목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권 교수는 지난달 14일 아시아권 최초로 스웨덴 스톡홀름대에서 제17회 페데르센 교육상을 수상했다. 스웨덴의 수학·과학 교육 혁신을 이끈 페데르센 박사를 기려 제정한 이 상은 수학·과학 교육 분야에서 혁신적인 연구 성과를 이룬 학자에게 주어진다.

권 교수는 이 상을 통해 창의적 수학 교육 연구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그는 1993년 이화여대 수학교육과 조교수로 부임한 이후 2003년 서울대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창의적 수학 교육 연구에 매달려왔다. 권 교수가 개발한 교육 방식은 수학 현상이 담긴 맥락을 접한 학생들이 이론의 정의와 개념을 재발견하도록 하는 ‘탐구지향 교수법’이다. 이론의 정의와 개념을 학습하고 응용문제를 풀이하는 기존 학습 과정과 반대다. 권 교수는 “미분방정식 등 수학 개념이 발명된 맥락과 개념을 적용한 생활 사례를 먼저 제시한다”며 “학생들은 사례를 분석해 적용된 방정식의 개념을 역추적하고 자신만의 수학적 모델을 만드는 수준으로 나아간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가 이 연구에 뛰어든 이유는 석사과정 논문 주제를 정하고 가설을 증명하는 등 창의적 사고를 요구하는 작업을 하면서 스스로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권 교수뿐만 아니라 대다수 동료들이 논문 작업에서 고전했다. 권 교수가 수학 교육 연구를 시작한 1990년대 국내에선 공식을 기계적으로 암기하고 문제를 풀이하는 ‘주입식 교육법’이 주류였다.

권 교수는 교육학 석사와 수학 박사를 딴 뒤 창의적 사고를 제한하는 주입식 교육을 바꾸기 위한 연구에 돌입했지만 쉽지 않았다. 권 교수는 “암기가 아니라 맥락 이해를 우선하는 교수법을 개발한다고 할 때 주변에선 나를 이상주의자로 취급했다”며 “진도 나가기도 바쁜데 스스로 생각하는 수업을 어떻게 만드느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고 회상했다.

결국 그는 동료 연구자를 찾기 위해 외국행을 택했다. 권 교수는 “처음 국제학회에 갔을 때 서구의 남성 중심 학계에서 동양인 여성인 나는 아웃사이더였다”며 “벽을 넘기 위해 인적 네트워크를 꾸준히 넓히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권 교수의 목표는 학생들이 수학 공부를 즐겁게 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권 교수는 “입시를 위해 주입식으로 수학을 배우니 흥미를 잃고 급기야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이 많아지는 것”이라며 “수포자라는 말이 아예 없어질 수 있도록 재미있는 수학 교수법을 더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이소현 기자
사진=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