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란·트렌비·머스트잇 등 온라인 명품 플랫폼 업체들이 지난해 일제히 100억대 이상의 적자를 냈다. 빅모델들을 내세워 매출이 급성장했지만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잘 짜인 비즈니스모델로 수익구조를 찾기보다는 손쉬운 마케팅에 의존하며 ‘치킨 게임’을 벌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명품 플랫폼 3사는 지난해 모두 적자를 냈다. 트렌비는 전년(2020년) 101억원이던 영업손실이 작년 330억원으로 급증했다. 발란과 머스트잇도 각각 186억원, 10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적자지만 매출은 매년 두 배 안팎으로 뛰고 있다. 발란의 지난해 매출은 521억원에 달했다. 2020년(243억원)의 두 배를 웃돈다. 트렌비는 217억원, 머스트잇은 19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 해 전보다 각각 27.2%, 66% 늘었다.
적자가 이어지고 부채 비율이 늘어나는 데 대해 명품 플랫폼들은 사업 초기에 불가피한 투자비를 집행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머스트잇 관계자는 “지난해 부채비율(333%)이 높은 이유는 사옥 매입으로 인한 장기차입금 240억원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이를 제외하면 부채비율은 약 42%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사옥은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직원들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투자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이들 업체가 과도한 마케팅비를 쓰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마케팅비가 급증하다 보니 수익구조가 나빠지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이들 3사의 마케팅 비용을 합치면 600억원이 넘는다. 매출의 66%가 넘는 규모. 백화점·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회사들 마케팅비가 매출의 4~6%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마케팅비 비중이 높은 것은 상품 서비스 등에서 차별화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업구조로 경쟁하다 보니 유명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쓰고 할인 쿠폰을 남발하면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발란은 배우 김혜수, 트렌비는 배우 김희애와 김우빈, 머스트잇은 배우 주지훈을 광고모델로 내세워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투자 유치나 매각을 위해 순위 경쟁에 너무 매달리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업 자체에서 수익을 내기보다 인수·합병(M&A)을 준비하거나 지분 매각을 노리다보니 큰 돈을 받기 위해서라도 순위 높이기에 몰두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