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기 걸쳐 내려온 명품 바이올린, 내달 경매장에 나오다

입력 2022-05-09 16:43
수정 2022-05-09 16:46

300여년을 거쳐 온 명품 바이올린이 경매에 부쳐진다. 다음 달 3일(현지시간) 프랑스 경매사 아귀트에 1736년산 '과르네리 델 제수'가 경매장에 올라올 예정이다. 10여 년 만에 처음 과르네리가 경매 리스트에 올랐다. 악기 명장 주세페 과르네리(1698~1744)가 중년에 제작한 바이올린 중에선 20년 만에 처음 입찰 됐다.

9일 클래식 전문지 스트라드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바이올리니스트 레지스 파스키에(76)가 연주해 온 바이올린을 지난달 아퀴트에 출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스키에는 2008년부터 과르네리 델 제수를 연주했다. 14년 가까이 곁을 지켜 온 바이올린을 떠나보낼 심산이다. 그는 “수 세기에 걸쳐 보존된 과르네리를 홀로 독점할 수 없다”며 “나보다 더 젊은 후배들에게 연주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파스키에가 출품한 제품은 역사적인 악기 제작자 주세페 과르네리가 1736년 이탈리아 크레모나에서 제작한 바이올린이다. 그는 악기 제작을 전승해 온 과르네리 가문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난 걸로 유명하다. 그가 제작한 과르네리 델 제수는 과다니니, 스트라디바리우스와 함께 세계 3대 바이올린으로 손꼽힌다.

소리가 균일하고 음정 변화가 없는 명기로 통한다. 현재 기술로 복원할 수 없는 희소성 때문에 가격은 수십억 원에 달한다. 소리가 좋은 비결은 기후와 관련 있다. 미국 테네시대학에 따르면 고(古)악기가 제작될 때인 1645년 즈음 유럽 기온은 ‘빙하기’에 빗댈 만큼 추웠다. 때문에 악기 재료로 쓰이는 나뭇결의 밀도가 높고 나이테는 촘촘했다. 밀도 높은 나무판은 소리의 파장을 균질하게 한다.

미세한 선율을 풍성하게 내는 강점 덕에 거장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현란한 연주로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고 불렸던 니콜로 파가니니도 생전 과르니에리 델 제수(1743년산)를 연주했다. 유명세에 연주자들도 평생 한 번 연주하기 어려운 악기로 통한다.

과르네리 델 제수의 최초 입찰가는 최소 400만유로(약 53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과르네리가 지닌 희소성을 감안하면 최종 낙찰가가 1000만유로(약 133억원) 치솟을 거란 예측이 나온다. 세계적으로 150여대밖에 남지 않았다. 여기에 프랑스 거장이 연주한 악기란 의미가 더해져 값이 오를 거란 설명이다.

소피 페린 아귀트 큐레이터는 “바이올린은 숱하게 많지만 과르네리 바이올린은 명품 중의 명품이다”라며 “레오나드로 다빈치나 렘브란트의 작품을 경매에 부친 것과 비슷하다”라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