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했다던 '명품백'이 중고장터에?…이상하다 했더니

입력 2022-05-09 14:48
수정 2022-05-09 18:01

#A씨는 '전손' 판정받고 보험금을 타낸 고장난 태블릿 PC를 보관하다 다시 다른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청구했다.

#B씨와 모친 C씨는 서로 다른 보험회사에 여행자 보험에 가입한 후 '여행 중 크로스백과 지갑을 분실'했다며 각각 보험금을 타냈다가 적발됐다.

여행자 보험에 가입한 뒤 중복으로 보험금을 청구나 서류를 조작한 '소액 보험사기'의 사례다.

금감원은 최근 여행자 보험을 악용한 보험사기에 대한 기획조사 결과 보험금을 부당 수령한 20명을 확인해 경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고 9일 발표했다. 이들 혐의자의 여행자 보험 청구 건수는 191건, 타낸 보험금은 총 1억2000만원에 달했다.

금감원은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다시 여행이 활성화하고, 여행자 보험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조사를 벌였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보험금 청구 사례 중에서 수령금액이 과도하거나 동일인이 여러 번 보험금을 받은 경우를 조사했다. 그 결과 서류 조작과 중복 청구, 피해물 끼워넣기 등의 사기가 적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A씨의 사례는 동일 물품 '중복 청구', B와 C씨의 사례는 가족관계를 이용한 '허위 청구'에 해당한다.

중복 청구 중에선 개인 보험을 통해 보험금을 타낸 뒤, 이를 단체보험에 가입한 보험사에 고지하지 않고 다시 보험금을 청구한 사례가 많았다. D씨는 2018년 9월부터 2020년 1월까지 네 차례 여행에서 '가방 분실'을 이유로 보험금을 타내는 수법으로 총 15번에 걸쳐 총 1847만원을 타냈다가 이번에 적발됐다.



보험금을 청구할 때 도난 물품의 견적서를 조작하거나, 발행일자 등이 누락된 불완전한 영수증을 제출한 '서류 조작' 사례도 있었다. 면세점에서 구입한 고가 물품을 도난당했다며 보험료를 받은 뒤 중고품 거래사이트에 판매한 경우도 확인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여행자 보험 보험금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범죄임을 인지하지 못할 수 있지만, 명백한 보험사기이자 중대범죄"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최근 코로나19로 여행길이 다시 열리고 있는 만큼 여행자 보험 사기 예방을 위한 소비자 교육과 홍보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최근 SNS 등을 통해 보험사기를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에게 이런 의심 사례를 알게 된다면 금감원 또는 보험사기 신고센터에 제보해달라고 당부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