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간 지하광산에 숨더니…" 대범한 구리 도둑에 '발칵'

입력 2022-05-09 10:50
수정 2022-05-09 11:04

세계 최대 플래티넘(백금) 생산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구리 도둑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구리 가격이 치솟자 도둑들이 백금 채굴에 필요한 구리 케이블을 훔쳐가고 있는 것이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구리 케이블 도둑들로 인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백금 광산의 채굴 활동이 차질을 빚고 있다.

구리 케이블은 백금 광물을 지상으로 운반하는 기관차를 움직이는 데 필수적이다. 하지만 도둑들이 지하 광산에 잠입해 구리 케이블을 절단해 가면서 일주일가량 생산활동을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불법 채굴이 오랫동안 문제가 됐는데 이제는 구리 케이블 도난이 가장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백금 광산이 도둑들로 들끓고 있는 것은 치솟는 구리 가격 때문이다. 구리 가격은 공급난 우려에 지난 3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현재 가격은 당시에 비해 14%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도둑들의 수법은 대범하다. 이들 무리는 지하 광산으로 내려가기 위해 조직적으로 땅굴을 판다. 땅굴을 통해 식량도 제공된다. 남아프리카 백금 생산업체 임팔라플래티넘의 마크 먼로 담당자는 "대략 500명의 사람들이 60일 동안 지하 광산에서 불법적으로 머문다"며 "주요 구리 케이블을 다시 설치하는 데 최소 일주일이 걸린다"고 전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구리 도둑 단속에 나섰다. 구리 등 광물 거래업자들을 대상으로 면허 취득을 강제하고 현금 사용을 막았다. 블룸버그통신은 "백금은 차량 배기가스를 줄이는 자동 촉매에 주로 사용되는데 광산 작업 중단으로 백금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