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경기 분당갑 재·보궐선거에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단수공천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경선 우선주의’를 강조했던 이 대표가 한 발짝 물러나 단수공천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위원장이 (공천신청을) 넣겠다(접수하겠다)고 밝혔으니 전략공천은 지금 시점에서 의미가 없다”며 “단수공천 가능성을 보고 있지 전략공천은 지금 대화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분당갑 지역에 안 위원장을 단수공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의미다.
당초 이 대표는 안 위원장의 출마설이 나올 때부터 “꽃가마는 없다”며 전략공천을 반대해 왔다. 이 대표는 7일 페이스북에도 “당 대표로서 주안점을 뒀던 것은 시도당 차원에서의 자율적 공천, 그리고 경선 우선주의”라고 적으며 ‘후보 선정에 경선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이번 선거의 후보 등록 마감일이 13일이다 보니 경선 일정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당안팎에서 제기돼 왔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성남 분당갑과 인천 계양을 두 지역구에 대해서 9일까지 후보 신청을 받기로 했다. 이어 10일 신청자들에 대한 면접을 진행한다. 이렇게 되면 면접을 마친 뒤 하루이틀 만에 당원 투표 등 경선을 해야 해 일정이 빠듯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당초 분당갑 지역에 출마 의사를 밝혔던 박민식 전 의원이 이날 “분당갑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를 접는다”고 밝혀 ‘공천을 두고 당내 잡음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잦아진 상황이다.
이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략공천과 단수공천은 똑같다고 판단하는 분이 있는데, 단수공천 중 하나가 전략공천”이라며 “들어온 후보 중에서 가장 경쟁력이 뛰어난 사람을 내부 조사나 원칙에 따라서 단수공천 하는 경우도 따로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을 두고도 쓴소리했다. 그는 문 정부의 지난 5년간 성과에 대해 “박한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며 “북핵 문제에 있어서도 조금이라도 진일보했는지를 살펴봐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 정부가 40%대 지지율을 지키는 것에 대해 “이명박 정부도 30~40%로 유지하며 퇴임했고, 박근혜 정부 땐 30%대를 지키다 최순실로 한 자릿수가 됐다”며 “문재인 정부의 40%가 특별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문 정부가 잘한 일에 대해서는 “윤석열 검찰총장, 최재형 감사원장 임명한 것”이라며 “지금 와서 보면 문재인 정부에서 최고의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이날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임명에 대해서는 “(의혹이) 해소된 부분도 있고, 다른 해명이 더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국민이 생각할 지점이 있을 수 있다”며 “당선인이 최종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출마한 인천 계양을 선거에 영화배우 김부선 씨가 후보로 거론된다는 보도에는 “악의적인 기사”라며 “공천 신청도 안 했고, 지역 연고성도 부족하다. 전혀 정치 선언을 하지 않은 배우 김부선씨에게 실례”라고 비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